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방북에 앞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북한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에 기고한 글에 포함된 이 내용은 북-러 정상이 19일 서명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비중 있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최근 무기 수출 등으로 비중이 커진 북한과의 교역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단 의지를 내비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달러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에 북한을 비롯한 반미 국가들을 규합해 달러 생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궁극적으론 ‘반미 경제 블록’까지 만들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 금융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본격화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석유·가스 수출대금 결제 통로였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이에 러시아는 해외에 수출했던 천연가스 대금을 달러화로 돌려받을 수 없게 됐고,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은 각국 금융망을 통해 들어온 러시아 자금을 동결해야 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 회피를 위해 루블화나 가상화폐 등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SPFS(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를 개발했고, 동유럽 국가 등을 여기에 끌어들이려고 애써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에 맞설 우군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푸틴 대통령은 이제 북한까지 SPFS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넣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이미 20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루블화를 교역의 주요 통화로 삼기로 합의는 해둔 상태다. 다만 그동안 북한이 달러화를 선호했고, 러시아 역시 북한과의 교역 규모가 2014년 이후 연간 3400~9200만 달러(470억~1273억 원)로 크지 않아 ‘루블화 결제’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
결국 러시아가 냉전 시대 공산권 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코메콘’(경제상호원조희의)을 사실상 부활시키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블록’을 만들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고,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려고 한다는 것.
북-러 간 루블화 결제시스템이 구축되면 북-러가 불법 금융 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 등을 회피하는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나 북한 파견노동자 임금으로 북한에 지급하는 대금 창구로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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