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4년만의 방북]
北-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러, 남북 균형 외교 유지해왔지만… 北과 소련때 ‘혈맹’ 관계 다시 근접
北-러 연합 군사훈련 정례화 가능성… ‘러, 핵기술 지원할 기틀 마련’ 분석도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확대 회담과 비공식 회담 등으로 진행되며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러시아는 산책과 다도를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둘만의 밀담을 나누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도착에 앞서 18일 김 국무위원장과 체결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19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서명이 이뤄지면 과거 북한이 옛 소련과 맺은 ‘혈맹’에 근접한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준동맹’ 수위로 끌어올린 이번 협정을 통해 양국이 향후 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착할 제도적 명분을 만든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러 관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 선물로 매우 민감한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등을 내주는 대신 이 협정을 맺는 걸로 갈음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24년 만에 동맹 바로 전 단계로 수직 상승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통상적인 러시아의 대외 관계 유형으로 볼 때 동맹의 바로 전 단계다. 통상 러시아의 대외 관계는 ‘전략적 동맹’이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로 내려간다. 전략적 동맹은 ‘러시아의 동생’으로 불리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인 독립국가연합(CIS) 등 몇몇 국가만 러시아와 맺고 있다. 특히 아르메니아와는 한미 관계처럼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의무도 있다.
냉전 시대가 끝난 뒤 러시아는 1996년 남북 균형 외교를 이유로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맺은 동맹 조약을 폐기했다. 이 동맹 조약에 유사시 자동군사 개입 의무 조항이 있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방북이 이뤄진 2000년 체결된 조약은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가장 하위 단계인 ‘선린 우호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
러시아는 이번 북-러 협정이 1961년과 2000년 조약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24년 만에 이 관계가 격상된 것.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러 관계가 최소 2∼3단계 수직 상승해 향후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대개 국가들은 상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명시적으로 순위를 두진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한중·한러)→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한-호주)→포괄적 전략 동맹관계(한미)’ 순으로 파트너십의 강도가 높아진다.
● 푸틴, 북-러 안보 분리 불가능 강조
이번 관계 격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이 급격히 밀착하며 진행해온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팎에선 북-러 관계 격상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뿐 아니라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이전·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사실상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정상은 비공개로 북한의 추가 포탄 제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북한은 180만 발에 달하는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노동신문 기고글에서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안보) 구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가 이른바 “미국의 위협” 앞에 분리될 수 없는 한몸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월 동맹이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벨라루스와 연합국가 창설을 논의하면서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동맹이 아닌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밝힌 만큼 당장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부활시킬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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