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정보다 늦은 19일 새벽 북한에 도착한 데 따라 대규모 환영행사는 성사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3시가 가까운 시각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지각대장’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이라 해도 국빈방문 국가에 이런 새벽 시간에 도착한 건 이례적이다. 애초 계획했던 18~19일 1박2일 일정은 당일치기로 변경됐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 및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제공한 영상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혼자 푸틴 대통령을 맞았다. 아내 리설주,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및 최선희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고위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2019년 6월 ‘황제의전’이란 평가까지 받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와는 비교도 어려울 정도로 조촐한 수준이다.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러가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능가하는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비행기에서 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벽 시간대에 도착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이 깔린 활주로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가벼운 포옹을 했다. 통역을 대동한 채 웃는 표정으로 대화도 나눴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푸틴 대통령에게 환영 꽃다발을 전했다.
하지만 음악 소리와 시민들의 환호 등 축제 분위기를 띄울 요소는 없고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사방이 고요했다.
양국 보도를 종합하면 두 정상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인 아우루스 리무진을 타고 숙소 금수산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아우루스는 의전용 오토바위 호위를 받으며 달렸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이지만 평양 고층 건물들에 모두 불을 켜 놔 화려한 조명 효과를 냈다.
조선중앙통신은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시면서 최고수뇌 분들께서는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푸시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시였다”고 밝혔다.
시 주석 방북 당시엔 리설주와 김 부부장이 공항에 동행했으며 예포 발사와 의장대 사열 등도 진행됐다.
1만 여명의 평양 시민들이 순안공항에서 양국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당시 외교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리설주와 김 부부장도 공항에 동행했다. 김수길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 수뇌인사들도 시 주석을 영접했다.
시 주석은 공항 환영식 후 평양 시민 수십만명의 연도환영을 받으며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이동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선 별도 환영행사가 진행됐다. 두 차례에 걸쳐 환영행사를 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 각국 언론이 이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식 환영 행사는 이날 정오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다. 두 정상은 메인 행사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하고 이 내용을 언론에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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