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이 두만강에 자동차 다리를 건설하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러 국경을 가르는 두만강을 자동차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는 것. 이를 두고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다.
앞서 양국은 2015년부터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산 지역과 북한 나진시를 잇는 방안을 검토했다. 북한은 2016년 9월 직접 타당성 조사까지 실시하며 러시아에 사업 추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만강엔 현재 북-러 간 화물 열차 운행을 위한 철교가 놓여있고, 자동차 도로용 대교는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청년층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노동력 확보는 러시아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두만강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해 북한 노동자 수급을 더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자동차 도로가 놓이면 무역량, 인적 교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 후 러시아는 “보건·의학·교육·과학 분야 협력 관련한 협정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보건 분야 협력 확대 등을 명목으로 북한 출신 건설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대량 발급해주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그동안 러시아에 있는 북한 외화벌이 건설 노동자들은 유학생 비자를 받는 방식 등으로 대북제재를 회피한 전례가 많다.
북-러가 ‘과학 분야 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군사정찰위성 등 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 수행단에는 이례적으로 ‘러시아판 미국항공우주국(NASA)’인 연방우주공사 사장까지 동행해 이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제재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러 교역을 거론하며 “절대적인 수치는 미미하지만 지난해 무역 회전율이 9배 증가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아니라 러시아 루블화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교역을 확대해나가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 장기화로 달러 자금줄이 말라버린 러시아가 북한 등 반미 국가를 규합해 달러 생태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서방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 체계”를 북한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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