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태양궁전 참배 안 하고 떠나…김정은 ‘선대후광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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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6월 20일 1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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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000년과 달리 태양궁전 방문 안 해
김정은도 최근 태양궁전 의도적으로 멀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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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북한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지 않고 떠났다. 일정이 촉박해 방문지를 최소화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것 자체로 선대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20일 북한·러시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9일 오전 2시를 넘겨 북한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환영행사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하고 약 21시간 만에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 2000년에 방문했던 금수산태양궁전은 찾지 않았다.

최근 정부당국은 집권 10년차를 넘어선 김 위원장이 ‘선대 후광 지우기’ 일환으로 주요 정치 일정 계기에 태양궁전을 찾지 않는다고 보고 동향을 주시해왔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최대 명절로 챙기는 김 위원장 할아버지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 아버지 김정일 생일(광명성절·2월 16일) 및 새해, 정권수립일(9월9일),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선대 기일 등 주요 일정마다 태양궁전을 방문해왔다.

하지만 최근 의도적으로 이곳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양절을 기준으로 올해 처음으로 북한 관영매체에 금수산 참배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간부들까지 태양절에 태양궁전을 찾지 않은 건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한 이후 처음이었다.

김 위원장이 태양절에 최초로 참배하지 않은 것이 2020년인데, 이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당·정·군의 핵심 간부들의 참배 사실은 보도됐다.

김 위원장은 이듬해인 2021년, 2022년엔 참배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참배를 건너뛰었다.

광명성절에도 3년 연속으로 태양궁전을 찾지 않았다.

올해 들어 김일성·김정일 선대를 찬양하는 태양절·광명성절 용어 자체가 북한 매체에서 사라지다시피한 점과 맞물려 김 위원장에게 우상화 작업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을 방문하는 주요 외빈들은 태양궁전을 찾는 것이 관례였다. 김 위원장도 집권 초기엔 오히려 통치 기반 강화를 위해 선대 우상화 차원에서 태양궁전을 신성시했다. 북한은 2013년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제정해 ‘주체의 최고 성지’라고 띄웠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방북 당시 첫날 태양궁전을 방문하고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치렀다. 2005년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역시 방북 1일차에 태양궁전을 방문했으며,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았을 땐 태양궁전 광장에서 성대한 환영행사가 열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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