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위협 받으면 쌍무협상 가동
전쟁땐 지체없이 군사 원조” 조약
대통령실 “우리 안보 심각한 위협”
우크라 무기 지원 법적 검토 끝내
대통령실이 북-러 조약을 규탄하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절차에 대한 법적 검토를 모두 마쳤으며, 무기 지원 시 155mm 포탄이나 대전차 유도탄 등 탄약부터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으로 체결한 북-러 간 조약이 “우리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일 공개한 조약 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됐다. 1961년 맺었다가 1996년 폐지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과 유사한 내용이 들어가 28년 만에 사실상 부활한 것.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파병이나 첨단무기 지원으로 참전할 수 있다고 못 박은 셈이다. 조약에는 또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직접적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실천 조치를 합의할 쌍무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3조)는 조항도 포함됐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침략 위협”이라고 규정해 이를 빌미로 북-러 연합훈련 등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 길을 뚫어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약에는 또 “방위 능력 강화 목적하에 공동 조치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8조)는 대목도 포함됐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 군사협력 강화를 염두에 둔 내용으로 풀이된다.
장 실장은 이날 “6·25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은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장 실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를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북-러 조약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포함된 1961년 혈맹 당시 조약보다도 더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러 군사동맹이 한반도는 물론이고 글로벌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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