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삭발까지 하며 의사들에게 돌아와 달라고 호소한 김정애 씨를 21일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만났다.
김 씨는 희소 유전병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박하은 양을 지난 2001년 입양했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중증 장애를 갖고 있는 하은 양의 치료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김 씨는 최근 삭발까지 강행하며 의료진에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전 한 총리는 하은 양이 입원 중인 단국대병원에서 김 씨와 하은 양을 만났다. 한 총리는 하은 양의 건강이 호전돼 이날 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한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뒤 “애간장이 탔다”고 말했다. 그는 “하은이는 희귀병이라서 (진료가) 밀렸다”며 “고열보다는 심정지같은 급한 치료가 우선이더라. 지난 번에는 (하은이를 키운 지) 24년만에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에도 편지를 전달하고 찾아가 사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의협 회장)이 ‘정부가 대화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대화를 해서 난국을 타개하겠다.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나한테 사기를 쳤다. 분명 정부와 대화를 한다고 했는데 안 했다”고 분노했다.
한 총리는 “저희는 일부 의료진이더라도 일단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따로 ‘우리와 이야기하자’고 하면 우리(정부)는 또 거기도 가겠다”고 대화의 의지를 보였다.
한 총리는 김 씨가 “의사 선생님이 돌아오면 정부가 양보도 좀 하셔야 한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전공의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건 봤다”고 말하자 “저희가 바로 그런 걸 논의하려고 같이 이야기하자는 거다. (의료개혁의) 제일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전공의의 근무환경을 바꾸는 거다”고 했다.
다만 “지금 우리가 의사 선생님이 부족한 건 다 아는 거다”며 “그런데도 의협은 도저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정말 양보하기가 어렵다, 내년 거는”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 다음에 (의대 정원을 더) 늘리는 건 정부가 ‘의료계가 의견을 내면 논의해보자’고 열어 놨다”며 “의료계가 정부가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하면 서운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울먹울먹 하시는 어머님께 ‘지금 바로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고 썼다.
또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이 많이 달라 바로 합의가 이루어 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했다.
한 총리는 “하은씨 가족 말고도 전국 곳곳에 마음고생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지 송구하다”며 “현장을 떠난 의사 선생님들이 어서 환자 곁으로 돌아오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이날 하은 양을 위한 원피스와 김 씨를 위한 모자를 선물했다. 한 총리는 삭발한 어머님의 모습이 안쓰러워 퇴원을 기념해 여름 모자를 골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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