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이 출마 첫날인 23일부터 ‘채 상병 특검법’ 등 현안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얽힌 현안에 대한 주자별 입장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의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며 기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과도 다른 노선을 달리했다.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진하는 수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다른 당권주자들은 곧장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 韓, 채 상병 특검 수용에 나-윤-원 비판
‘수평적 당정관계’를 앞세운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국민이 갖고 계신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 특검법을 그대로 받자는 게 아니라 초동 조치가 잘못됐다는 공감대가 있으니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전제 하에 한 발 나아가자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어떻게든 정리하고 가야 윤석열 정부가 특검에 갇히지 않고 민생으로 나아가고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자고 밝힌 것은 다른 당권 주자와 차별화와 동시에 전략적으로 ‘용산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의견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당권주자들은 ‘선(先) 수사·후(後) 특검’ 입장을 보였다.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은 마치 분열과 충돌, 그리고 혼란의 예고장처럼 들렸다”며 “특검 수용론은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이라고 비판했다. 원 전 장관도 “공수처가 수사를 철저히 하고,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여당 입장”이라고 반대했다. 윤 의원도 “순간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며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짓밟은 자충수다. 당대표가 돼도 이렇게 당을 운영할 건가”라고 받아쳤다.
대통령실은 한 전 위원장 발언에 “극단적 여소야대라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원들의 마음과 국민들의 선택을 얻기 위해 후보들 간에도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권 주자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전 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김건희 특검을 도입할 문제는 아니다”며 “대표가 되면 특별감찰관을 적극 추천하고, 제2부속실을 즉시 설치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전 장관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당정 관계, 대선 출마 문제도 쟁점
후보들은 이날 당정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 견제구를 주고 받았다. ‘당정 동행’을 앞세운 나 의원은 “각 세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는 제가 진심으로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다”며 “당 대표 선거에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미숙한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려 불화설을 잠재우려던 한 전 위원장과,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있는 원 전 장관 측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윤’ 후보로 꼽히는 원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며 “레드팀을 만들어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고 국민들께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9일 윤 대통령을만났을 때 “대통령이 다른 주자들(나경원, 윤상현)은 이미 다녀갔다고 했다”며 한 전 위원장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식사 초청을 했는데 (전화 통화만 하고) 안 간 것 아닌가”라고 했다. 윤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을 겨눠 “이기는 정당이 되려면 대통령과의 갈등은 안 된다”고 밝혔다.
당권 주자의 2027년 대선 도전 여부도 쟁점이 됐다. 나 의원은 “이번에 당 대표를 맡아서 우리 정당을 바꾸고 2027년 대선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한 전 위원장은 “꿈을 크게 가져야 할 것 같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원 전 장관도 “2~3년 뒤 국민이 어떻게 불러주느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나머지 후보 3명이 나란히 출마 기자회견을 한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찾아 대표 경선 출마 배경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고, 안철수 의원 지역구를 찾아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며 안 의원과 핵심 당원들을 만났다.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에서 열린 ‘성찰과 각오’ 당협위원장 워크샵에 참석해 원외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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