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70여개 분석한 결과 공개
“구멍난 옷 등 극심한 경제난 증명”
‘김씨 일가 우상화’ 훼손된 문건도
北, 어제 보름만에 또 오물풍선 살포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까지 살포한 오물풍선에 실린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오물에 포함된 토양 등에서 기생충이 다수 검출됐다.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나왔는데 이는 이 기생충이 인분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다만 통일부는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이 소량이고, 우리 군에서 수거·관리해 감염병 우려 등 위해 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4일 통일부는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풍선 추가 부양을 준비 중인 동향이 포착되자 북한 수뇌부가 민감해할 수 있는 풍선 내용물을 분석해 이날 오전 전격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 합동참모본부는 브리핑을 통해 “24일부터 북풍 또는 북서풍이 예고돼 있어 북한군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밤 보란 듯 또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우리 정부가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풍선 4차 살포를 감행한 지 보름 만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검출된 기생충들은 회충, 편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비료를 사용하는 경작 환경이나 생활 환경이 비위생적일 때 발생하는 만큼 보건 환경 후진국에서 많이 관찰된다.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을 보여주는 쓰레기도 발견됐다. 북한은 생활 실태 노출을 감추기 위해 폐종이, 비닐, 자투리 천 등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만든 ‘살포용 쓰레기’를 급조했지만 여러 번 꿰맨 흔적이 있는 양말이나 구멍 뚫린 바지 등 열악한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물건이 다수 발견된 것.
오물 속에선 김정일 김정은 등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문건도 훼손된 채 발견됐다. ‘위대한 령도자 김일성 대원수님 교시’,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가 적힌 종잇조각이 나온 것. 북한 형법상 수령 교시가 담긴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4일 오후 9시 전부터 북서풍을 이용해 다시 풍선 부양을 시작했다고 합참이 전했다. 풍선은 오후 10시를 전후해선 서울 상공에서도 포착됐다. 정부는 북한이 오물풍선 테러 재개를 시작으로 휴전선 인근 국지 도발 등 추가 도발을 집중적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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