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줄곧 늦은 저녁이나 심야에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있다. 총 6번의 살포가 모두 비슷한 시간대에 이뤄졌는데, 북한의 전형적인 ‘괴롭히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2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밤에 총 250여 개의 오물풍선을 남측으로 살포했다. 합참이 언론에 관련 사실을 공지한 시간은 밤 10시쯤이었다.
지난 28일 야간에 시작된 1차 살포는 밤 11시쯤 언론에 공지됐다. 2차 살포(6월1일)는 밤 9시쯤, 3차(8일)와 4차(9일)는 각각 밤 11시, 10시쯤, 5차(24일)는 밤 9시 반쯤부터 단행됐다.
여섯 차례 모두 늦은 저녁이나 심야에 살포를 시작한 이유는, 남측으로 넘어오는 시간을 자정이나 다음 날 새벽으로 조절해 우리 측의 대응에 구멍을 내고 혼선을 유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풍선 살포 ‘성공’의 핵심 요인인 풍향을 고려할 필요도 있지만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은 1차 때 외에는 대부분이 제대로 남측으로 넘어오질 못했다는 점에서 바람이 고려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북한의 괴롭히기 전략은 과거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새벽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더 이상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심야 및 새벽 시간 도발에 분명한 목적이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북한이 심야 오물풍선 도발에 이어 이날 오전 5시 3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 역시 같은 전략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남쪽을 향해 GPS 교란 전파를 쐈다. 이 역시 우리 측 선박의 운항을 방해하는 ‘심리전’ 즉 괴롭히기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부터 중부전선에서 ‘작업’을 하는 북한군이 수시로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오물풍선과 GPS 교란 등의 방식이 남한 및 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등 북한은 일련의 도발에 대해 ‘저비용 고효율’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오물풍선 살포·GPS 교란·MDL 침범과 같은 같은 회색지대 전술을 지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일련의 행동들은 장마 기간 때에는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전국에 비가 예보된 이번 주말부터는 북한의 도발도 수그러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매일 비슷한 방식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번 주 후반 개최가 예상되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서 대남 ‘대적 사업’의 성과를 크게 과시하기 위해 ‘괴롭히기’ 도발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