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권이 공직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날 탄핵안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 법안을 발의하며 속도전에 나섰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 위원장의 직권남용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며 “현재 방통위에서 두 명의 위원만으로 중요 의결이 이뤄지는 이 상황 자체가 위법, 직권남용이란 판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이나, 지난해 8월부터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노 원내대변인은 “(6월) 임시국회 내에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의된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7월 2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72시간 내 표결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보고되면 3일 혹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야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채 해병 특검법’과 ‘방송 3+1법’도 6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 18일 제출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 요구서도 보고했다.
국민의힘은 “또다시 나온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이라며 “방통위를 흔들고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려는 검은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반발했다.
7개월만에 탄핵카드 다시 꺼낸 野, 방문진 이사 퇴임前 방통위 제동 나서
김홍일 방통위장 탄핵 추진
더불어민주당이 현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시도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이 전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일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이 그 후임자인 김 위원장까지 탄핵하겠다며 나선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 의도”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위법적 의결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 이 전 위원장이 탄핵 의결을 앞두고 사퇴한 일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계속 그 자리를 지킬지, 이 전 위원장처럼 도주를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방통위원장 탄핵에 속도를 내는 것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임기 종료(8월 12일) 전 방통위 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선임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2인 체제 방통위에서는 방문진 이사회 구조가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통위원장이 탄핵되면 현재 2인 체제인 방통위에선 이상인 부위원장 한 명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안건 의결 조건인 ‘과반 찬성’을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해져서 방문진 이사교체 안건도 의결할 수 없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방통위원장을 지명도 하기 전에 ‘제2의 이동관,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더니 참 한결같다”며 “궁극에는 이재명 전 대표 방탄을 위해 언론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한 목적 단 하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되게 된 책임은 결격 사유가 있는 위원을 추천한 민주당 때문”이라며 “야당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처럼 탄핵 전에 사퇴하는 것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과방위, 법사위 등 길목마다 의원들을 배치해 항의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등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헌법·국회법상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이 발의하면 그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된다. 보고가 이뤄지면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본회의가 다음 달 2∼4일 예정돼 있는 만큼,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보고되면 3일 혹은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 시기 채 해병 특검법도 함께 처리해 대여 공세를 최고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보고한 채 해병 사건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몫 22대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6선의 주호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졌던 7개 상임위원장도 선출됐다. 외교통일(김석기)·국방(성일종)·기획재정(송언석)·정무(윤한홍)·여성가족(이인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이철규)·정보위(신성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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