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여야가 28일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운영을 극우 유튜버 음모론에 의지하나”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의장을 향해 “스스로 본인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며 “왜곡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김 전 의장이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대통령과의 독대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이 자리 대화를 꺼내 드는 건 국가 원로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민주당스러운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 1년 8개월 동안 민주당은 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도 “민주당 출신으로,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그런 말씀을 하니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대통령이)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걸 봤다”며 “그 말을 신뢰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나눈 이야기를 아직 대통령 임기 중에 이렇게 밝히는 것이 옳은가”라며 “당연히 김 전 의장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분명하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이 보인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면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대통령실의 해명만 듣고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이 만났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저는 (당시 김 전 의장으로부터) 생생히 전해 들어서 지금도 메모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두 분이 함께 참석한 뒤 오전 9시 15분경부터 30∼35분가량 따로 만나서 나눴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 회고록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런 얘기를 듣지도 않고 회고록에 쓸 리는 만무하다”며 “신속히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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