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충돌
野 “5인 합의제 기관, 2인 의결 위법”… 金 탄핵안 내주 본회의 처리 방침
與, 탄핵 따른 직무정지 사태 차단… 金 자진사퇴후 후임자 임명 검토
야권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한 지 하루 만인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것을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끝내 방송 장악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며 “강도가 경찰 출동하려 하니 불까지 지르겠다고 나선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상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방송과 언론이 어느 정파의 특정 전유물, 선전·선동 도구가 되는 걸 막겠다”고 맞섰다. 이날 오전 방통위 전체회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앞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이 서로 5m 간격을 두고 맞불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하는 한편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에서의 탄핵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여권은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을 자진 사퇴시킨 뒤 후임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野, ‘식물 방통위’ 노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김현 의원은 이날 “방통위가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건 국회와 맞짱을 뜨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187명이 탄핵안을 발의했는데,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은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과천정부청사를 항의 방문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출입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5인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이날까지 총 75건의 안건을 의결한 것은 위법하다”며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통위의 오늘 이사 선임 계획은 불법 절차에 의한 것인 만큼 오늘 결정은 무효”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과 부역 공무원을 전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과방위 차원에서 ‘방송장악 국정조사’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처리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전날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 등 야5당과 함께 발의한 김 위원장 탄핵안을 다음 달 3, 4일경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다.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7월 2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24∼72시간 내 표결되는데, 이를 통해 방통위를 사실상 ‘식물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계획대로 김 위원장의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2인 체제 방통위’에 이 부위원장만 남기 때문에 안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 “與, 후임 위원장이 의결 셈법”
여권에서는 김 위원장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무력화를 막기 위해 김 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뒤 새 위원장을 임명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월부터 MBC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EBS 이사진 임기가 차례로 끝나는데, 김 위원장이 탄핵으로 직무 정지될 경우 정족수 부족으로 새 이사를 임명할 수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자진 사퇴 후 후임자를 지명해 공영방송 이사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의결에 나서겠다는 것. 이럴 경우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현 방문진 이사를 친여 성향 인사로 교체하는 게 가능해진다. 여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도 탄핵소추안 처리가 현실화할 경우엔 자진 사퇴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탄핵안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에도 나섰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습관성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방통위를 마비시켜 공영방송을 장악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맞불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방통위를 방문해 물리력으로 겁박하겠다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야당의) 불법적이고 겁박까지 행사하는 비겁하고 노골적인 행태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야당의 탄핵안에 대해 “방통위 무력화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이) MBC를 지키기 위해 정부 부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