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29일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이해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밝혔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배신자 공방’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앞서 당권 경쟁자인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 “배신의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고 저격했다. 한 후보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당정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한 후보는 “제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고 맞선 바 있다.
나 후보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분열은 개인의 욕심에서 나온다”며 “욕심이 쓸데없는 편 가르기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개인 욕심을 위해 국민을 파는 것도, 개인 욕심을 위해 대통령을 파는 것도, 모두 당원과 국민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사심의 정치가 바로 배신의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이날 보도된 조선·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자신이 당대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총선 참패 직후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한 후 74일만에 등판한 한동훈 후보를 향해 “이게 요새 정치냐”고 비판했다. 원희룡 후보를 향해선 “윤심팔이 하는 모습도 보기 안 좋다”고 날을 세웠다.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정계 복귀에 대한 질문에 깊은 한숨으로 우선 답하며 “이게 요새 정치인가. 예전 정치와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도의, 신의가 상식을 벗어났다. 크든 작든 책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쉬는 게 정치의 상식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의 총선 패배 책임은 가볍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대통령과 신뢰 관계가 가장 깊다고 하니 우리가 대통령을 설득 못 하는 것을 대신 해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관계가 변하는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며 “자신을 대통령보다 앞에 두는 정치를 하면 우리 당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외인사의 당대표 불가론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은 선거가 없는 때”라며 “국회 사이클로 여야가 수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원외 당대표는 잘못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현재 1강·2중·1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 후보와 함께 2중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는 그런 평가를 받겠지만 당원들은 단순히 인기투표를 하지 않는다”며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 의원은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 한동훈 후보가 대표가 되면 당내에 ‘친한’이 자리 잡게 되면서 윤 정부는 한 걸음도 못 나갈 것”이라며 “ 원 후보가 돼도 배제의 정치를 하게 돼서 우리 당이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대통령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대전제는 내가 누구보다도 확고하다”며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줄 알았는데 마음이 변하는 분들을 보면, 마지막까지 대통령을 지키고 배신의 정치를 안 할 사람은 나경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원 후보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선 “실망스러웠다”며 “처음부터 윤심팔이 하는 모습도 보기 안 좋았다”고 말했다. 원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단일화는 없다. 국민과 연대할 뿐”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선 같은 질문에 “정치는 생물이지만 지금 그런 고려는 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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