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첫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해병대원 사망 사건 및 외압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실 유선 전화번호 확인 등 공세로 압박했고, 여당은 “비극을 정쟁으로 몰고 간다”고 반발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현안 보고를 받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31일 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02-800-7070으로 전화가 가고 국방부 장관부터 쭉 일사천리로 일 처리가 된다. 왜 그랬을까”라고 캐물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에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과 정진석 비서실장에게도 유선 전화번호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장 실장과 정 실장 모두 “알지 못한다”고만 답했다.
같은 당 곽상언 의원도 “02-800-7070 번호는 기밀 사항이냐. 아니냐”고 정 비서실장에게 질의했다. 같은 질문이 계속되자 정 실장은 “지금 이 회의는 실시간으로 북(北)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기밀 보안 사항”이라고 답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병대원 사건과 관련한 야당의 유선 전화번호 추궁에 여당은 수사 중인 사안을 정쟁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왜 민주당 의원님들이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정말 특검할 정도의 문제인지 한 번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정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이에 정 비서실장은 “특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보충적으로 필요할 경우에 실시하는 제도라고 이해한다”고 동조했다.
여당 일각에선 해병대원 사건으로 질의가 몰리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논란을 언급하며 야당의 공세를 되받아쳤다. 같은 당의 강민국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묻지마 해외여행’ 논란이 많았다”라며 “해외로 나간 횟수는 무려 48회로 역대 대통령 부인 중 부동의 1위”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운영위 첫 회의를 두고 “비정상적인 개최”라고 주장하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온 오랜 관례가 이번에 깨져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여야는 현안 질의에 앞서 회의 진행과 관련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등 피감 기관이 업무보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며 호통을 쳤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이게 협치냐” “이런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냐”며 운영위 진행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간사가 선임도 안 돼 있다. 정말 갑질”이라며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어딜 손가락질하냐?”고 반발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여야의 의사진행 신경전 이후 운영위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을 여당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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