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종섭에 전화 02-800-7070 누구냐”… 정진석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기밀 사항”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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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 공방
野 “대통령실 전화회선 재배치說”
與 “민주당 아버지 그렇게 가르치나”

국회 운영위 출석한 대통령실 3실장과 참모진 1일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앞줄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왼쪽)이 앉아 있다. 바로 뒷줄엔 오른쪽부터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도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이날 여야 의원들은 대통령실 참모들을 증언석에 앉혀 놓은 채 고성을 주고받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한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 수사 외압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운영위 회의 시작부터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주체가 윤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특히 ‘VIP 격노설’의 단초가 된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가 끝날 무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전화번호(02-800-7070)가 핵심 쟁점이 됐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7070으로 끝나는 번호의 전화가 가고 나서 이 전 장관이 움직였다. 누가 전화했길래 장관이 움직였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어 고 의원은 “최근 대통령실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증거인멸”이라며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7070번호’ 주인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통령실의 전화번호는 일체 기밀 보안사항이다. 실시간으로 북에서도 시청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격노설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거부했다.

이날 회의는 여야 간 신경전 속에 “민주당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나” 등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한때 파행을 빚었다.

정진석 “명품백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 보관” 野 “기록물법 위반”
국회 운영위서 10시간 넘게 공방
野 “尹에 극우 유튜브 자제 건의를”… 鄭 “필요 이상 유튜브 의존 안해”
여야 “깽판 치냐” “입 닫으라”… 시작부터 막말-고성 파행 연속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왼쪽)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운영위원장(오른쪽)에게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 의혹 등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의혹 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왼쪽)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운영위원장(오른쪽)에게 회의 진행 방식을 두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운영위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과 관련해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쏟아냈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 의혹 등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의혹 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질의는 10시간이 넘는 진행 시간 내내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을 제기하면 대통령실이 이를 반박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련 외압 의혹을 시작으로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에 언급된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발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의혹 등 그간 윤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과 관련된 질의를 쏟아내며 몰아쳤다.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국회에 출석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 등 3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진은 야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의혹 제기”라며 일축했다. 다만 김 여사의 디올백 보관 여부를 두고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 명품백 대통령기록물 미지정에 野 “법 위반”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김 전 의장 회고록 내용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국정 운영을 극우 유튜버 음모론에 의지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었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극우 성향 유튜브 시청을 줄이도록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 “윤 대통령은 현재 필요 이상으로 유튜브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목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실장은 “(해당 명품백은) 현재 포장 그대로 대통령실에 보관돼 있다”면서도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할지 여부가 판단이 안 됐다”고 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현행법상) 대통령 내외가 받은 선물은 매해 8월 31일 대통령기록관으로 목록을 보고하게 돼 있다”며 “법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정 실장은 “제가 (대통령실에) 온 지가 얼마 안 돼서 인지가 안 됐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에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명품백) 소재에 관해서는 저희가 이 자리에서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야당은 대통령실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대통령실이 비호로 일관하고 있다”며 ‘김건희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정 실장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라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했다.

● “입 닫으라” “깽판 치냐” 반복된 ‘막말 국회’

여야 간 공방으로 한때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고성과 말싸움이 오간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같은 ‘막말 국회’가 반복된 것이다.

회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본질의에 앞서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대통령실 업무 보고 자료 미제출을 문제 삼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정말 갑질이다. 지금 국민의힘 간사도 선임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의 아버지는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항의했다.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는 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의 발언을 비꼰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 여야는 “깽판을 치는 것이냐” “손가락질하지 말라”며 충돌했다.

오후에도 양측은 또 맞붙었다. 민주당 정을호 의원 질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제대로 하라”고 끼어든 게 발단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도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향해 “봉숭아학당이냐. 진행을 수월하게 해달라”고 했고, 여기에 박 원내대표가 “그럼 입을 열라고 하느냐. 입을 닫으면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회의는 파행됐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어디 그런 촌스러운 막말을 하느냐”란 고성이 터져 나왔고 민주당 의원들도 “싸우러 왔느냐”고 소리쳤다. 양측 갈등에 박 원내대표가 “입 닫으라는 표현에 기분이 언짢았다면 유감”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소통을 당부하는 여당 의원의 발언도 나왔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선 소통하지 않고 협치하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종섭#전화#정진석#대통령실#전화번호#기밀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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