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초부터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이남 5km 이내 지역에서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포병 실사격 훈련 등을 6년 만에 순차적으로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물 풍선’ 테러 등을 지속적으로 감행하는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 대응해 앞서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를 시킨 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실제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사격 훈련을 재개한 바 있다. 이어 이번 주부턴 육지에서도 동·서부 전선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실사격 훈련에 나서는 것.
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은 조만간 경기 연천 적거리사격장, 강원 화천 칠성사격장, 경기 파주 스토리사격장 등 일대에서 포병 사격을 실시하기로 했다. 9·19합의 이후 6년간 휴전선 이남 5km 안에 위치한 이 지역들에선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군은 이달 중순경까지 9·19합의로 훈련이 중단된 동·서부 전선 일대에서 야외 기동 훈련과 육해군 합동 사격 훈련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주 서북도서 해상 사격 이후 곧바로 육지에서도 포병 사격 및 야외 기동 훈련을 전격 재개하는 건 오물 풍선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더 큰 도발 움직임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경고장을 날리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軍, 6년만에 연천-화천 등 최전방서 北장사정포 타격 훈련
휴전선 인근 포사격훈련 이번주 재개 이달 중순까지 기갑부대 기동훈련 동부전선서 육-해군 사격훈련 예정 지상-해상 전 지역서 대비태세 강화
군 당국이 조만간 포병 사격을 재개할 경기 연천 적거리사격장, 강원 화천 칠성사격장, 경기 파주 스토리사격장 일대는 9·19 남북군사합의 ‘족쇄’로 약 6년간 사실상 폐쇄된 상태로 남아 있던 대표적인 군 훈련 장소다. 특히 적거리사격장의 경우 2017년 만들어진 뒤 이듬해인 2018년 9·19 합의가 체결돼 1년 정도밖에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칠성사격장 등도 사격을 할 수 없어 전술 훈련 용도로만 간간이 쓰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선 건 물론이고 휴전선 북측 지역 일대에선 지뢰 매설,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 전술도로 보강 등에 나서고 있다. 남한을 겨냥한 적대적인 군사 행동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 정부는 지상·해상의 사실상 전 전선에 걸쳐 훈련을 재개하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훈련 축소나 미실시로 약화된 전방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연쇄 도발 중인 북한을 겨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동부전선 일대에서도 합동 사격훈련
이번 주 재개될 포병 실사격 훈련에는 K-9 자주포 등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연평도, 백령도 등 서북도서 사격 훈련에 동원된 K-9은 최대 사거리 40km(사거리 연장탄 60km)로 전방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 진지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군은 이달 중순까진 군사분계선(MDL) 5km 내 지역은 아니지만 이에 근접한 연천군 삼화리 일대에서 기갑부대를 동원한 기동 훈련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후 동부전선 일대에선 육군과 해군 전력을 투입해 합동 사격 훈련 등을 진행한 뒤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 당국이 계획 중인 고성 동해 일대 육·해군 합동 사격훈련에는 포병 전력은 물론이고 함정이나 공중전력 등까지 동원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6년 전 9·19 합의 1조 2항에 따라 지·해상 적대 행위 중지 구역이 설정돼 이후 군은 쭉 전방 훈련을 전격 재개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비례 대응해 9·19 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조항(1조 3항)은 효력 정지하고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은 복원했지만 이후에도 MDL 일대 포사격 및 야외 기동훈련 등은 실시하지 못한 것. 1조 2항의 효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그간 관할 지역 내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한 전방 부대는 훈련을 위해 남쪽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게다가 훈련장 폐쇄에 따라 대체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자 하는 부대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훈련 규모나 빈도도 줄게 됐다. 정부 소식통은 “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훈련을 목적으로 만든 훈련장을 이용하지 못해 장병들의 피로가 쌓이고 불만이 커져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전방 일대 북한군 침투에 대비한 차단 기동 훈련도 실시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당시엔 포사격 훈련 금지구역에 해당되지 않는 지역인데도 군이 보수적으로 9·19 합의를 해석해 훈련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2018년까지 연평균 15만 발 사격이 이뤄진 군 최대 규모의 대공사격훈련장인 강원 고성 마차진사격장의 경우 MDL로부터 11km 떨어져 있음에도 훈련이 중단됐다. 대공사격훈련에 필요한 표적기를 날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군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야 2022년 8월부터 이곳에서 대공사격훈련을 정상 실시하고 있다.
● 가동 준비된 대북 확성기, 北 도발 강도 따라 재개될 듯
정부는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 확성기 방송의 경우 일단 가동 준비만 해놓고 북한 도발 수위에 따라 재개할지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그 대신 계획 중인 실사격 훈련 등을 통해 우선 대북 긴장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에 건건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정상화된 훈련을 차분히 실시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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