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흔드는 ‘한동훈, 金여사 문자 무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6일 01시 40분


코멘트

“金, 1월 韓에 디올백 사과 의사 전달”
친윤 “韓 처신 잘못해 총선 패배” 비판
韓 “사과 못할 이유 늘어놓는 문자였다
날 타격하려는 선동 목적 全大 개입”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돌연 집권 여당의 7·23 전당대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22대 총선을 앞둔 1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자신의 ‘디올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의사를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 등으로 5차례 전달했지만 한 후보가 모두 무시했다는 것과 관련한 논란이다. 한 후보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자 내용이 재구성됐다. 실제론 맥락상 오히려 사과를 안 해야 되는 이유를 상당히 늘어놓는 문자였다”며 반박했다. 반면 경쟁 후보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윤-한 갈등’과 ‘한동훈 배신자론’을 집중 부각하며 공세에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논란과 관련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며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이번 논란 제기는) 내게 타격을 입히고 상처를 주고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당대회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친윤 진영을 저격했다. 또 통화에선 “문자를 받은 지 딱 하루 만에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도 했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의 잘못된 처신이 총선 패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비판했다. 친윤 진영의 원희룡 후보는 “‘절윤’(윤 대통령과 절연)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았다”고 했고,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 판단력이 미숙했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이런 신뢰 관계로 여당의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느냐”고 각을 세웠다.

당 대표 선거를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3·8 전당대회처럼 친윤 진영의 공세가 본격화되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친윤 진영의 한 의원은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김 여사의 ‘비선 정치 시도’를 오픈(공개)한 (친윤 진영의) 자해 행위”라며 반발했다.

친윤 “金여사 ‘디올백 사과’ 5차례 전해”… 한동훈 “사과 못할 이유 늘어놔”


‘한동훈, 金여사 문자 무시’ 논란
친윤 “韓 수용땐 총선 바뀌었을 것”
韓 “문자 받은 다음날 사퇴 요구받아… 왜 지금 이런 얘기 나오는지 이상”
친윤 ‘金 문자’ 파일 공유하며 공세… 친한 “金 비선정치 공개는 자해행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4명의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전날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둘러싸고 한 후보와 나머지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이날 이어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4명의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서약식에서 서약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 전날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둘러싸고 한 후보와 나머지 후보 간 치열한 공방이 이날 이어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지금 6개월 지난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하지 않으냐. 전당대회에 대한 어떤 개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않겠는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 22대 총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치열한 당권 레이스 도중 본인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윤-한 갈등’, ‘배신 프레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논란이 6개월 만에 갑자기 불거지자 이 의혹이 제기된 의도 자체가 “전당대회 음모론”,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는 이날 한 후보에 대해 당정 관계 문제를 집중 공격하며 ‘1강 구도’ 깨기에 나섰다. 또 “김 여사는 자신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설 준비가 됐지만 한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총선 책임론’에도 불을 지폈다.

① 김 여사 문자에 어떤 메시지 담겼나


김 여사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1월 19∼21일 전후로 ‘윤-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같은 달 17일 김경율 당시 당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논란을 설명하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바로 다음 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고, 19일에도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말하며 연이틀 김 여사 사과론을 꺼냈다. 이후 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후보를 만나 사퇴하라는 윤 대통령의 뜻을 전하며 윤-한 갈등이 폭발했다.

당시 김 여사가 보낸 메시지 내용을 둘러싸곤 친윤 진영과 한 후보 간 주장이 엇갈렸다. 여권 일각에 따르면 김 여사는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들께 사과하려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에서 필요하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한 위원장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달라”고도 했다. 또 “백 번 천 번이라도 사과하겠다”, “내 불찰이다. 지지율이 10% 이상 떨어진 것도 안다”는 문구도 포함됐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는 문자를 5번 보냈다”며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제의를 받아들였으면 총선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후보는 김 여사가 해당 문자에서 ‘대국민 사과’ 의사를 보였다는 주장에 대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제론 사과를 안 해야 되는 이유를 늘어놓은 문자였다”며 “왜 사과를 하는 것이 안 좋은지 사유를 쭉 늘어놓은 부분도 들어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마치 ‘내가 사과를 허락하지 않아서 사과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은 팩트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내가 사과를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다 알려졌는데, 나와 상의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적으로 대통령실과 소통 중인데 영부인께서 비대위원장에게 텔레를 보낸다고 해서 거기에 답을 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나한테 사과할 일도 아니다”라고도 했다. 통화에서 “문자를 받은 지 딱 하루 만에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②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누가 흘렸나

반년 전 한 후보가 받았던 김 여사 문자 관련 논란은 4일 밤 공론화됐다. 한 언론사 논설실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입수했다며 공개한 것. 곧장 친윤계인 장예찬 전 당 최고위원이 “제가 알기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은 가열됐다. 장 전 최고위원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부산 수영에 공천을 받았다가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바 있다.

일부 친윤 핵심 의원은 김 여사 텔레그램 문자메시지를 캡처한 사진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이 되자 이를 동료 의원들에게 공유했다고 한다. 이날 한 친윤 의원은 “신의 없는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 진영은 이번 논란을 “친윤 진영의 노골적인 전당대회 흔들기”로 보고 ‘역공’까지 예고했다. 수도권의 한 친한계 의원은 “대통령 부인이 개인적인 의사 타진을 당 공식 기구가 아닌 비대위원장에게 개인 전화로 했다는 것 자체가 ‘비선 접촉’ 시도를 스스로 까발린 것”이라며 “자충수이자 당 자해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친윤계가 작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논란이 더 뜨거워지자 오후에는 “저쪽(친윤 진영)에서 ‘(김 여사가) 사과를 하려 했는데 제가 받아주지 않았다’는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정말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다소 수위를 높였다.

③ 김 여사 사과 의지가 진짜 있었나

애초 김 여사가 사과할 의지를 갖고 문자를 보냈는지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여당 관계자는 “김 여사가 정말 사과하고 싶으면 언제든 하면 된다”며 “김 여사가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대국민 사과를 할 뜻이었다면 애초에 대통령 신년대담에서 내용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2월 KBS 대담에서 김 여사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유감까지 표시한 만큼 김 여사가 사과할 의지가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 입장에선 직접 사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처럼 민감한 시기라 방식을 당과 상의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구면인 한 후보에게 조심스럽게 상의한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이번 문자 논란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보태는 게 당내 갈등을 확전시킬 뿐 아니라 자칫 대통령실의 선거 관여로 비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 여사가 전당대회 개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야말로 황당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한 후보의 이번 해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기류도 감지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후보가 ‘공적 통로’로 수차례 사과 자리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공적·사적 통로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며 “(과거에) 대통령과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한 건 공적 통로였나, 사적 통로였나”라고 반문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민의힘#김건희 여사#문자 무시#한동훈#전당대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