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정상적 全大 개입”… 대통령실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
‘디올백-채 상병’ 이어 충돌… 당내 “돌아올수 없는 강 건너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으로 충돌하면서 3차 ‘윤-한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 후보가 문자 논란에 대해 “비정상적 전대 개입, 위험한 당무 개입”이라고 밝히자 대통령실이 “선거에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맞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문자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4·10총선 국면이던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의혹, 3월 ‘이종섭-황상무’ 문제 해법을 둘러싼 1, 2차 충돌에 이어 김 여사 문자-전대 개입 논란으로 맞붙자 당내에선 “두 사람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후보는 6일 “6개월 지난 시점에 문자 논란이 벌어진 것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골적으로 내가 대표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내게 타격을 입히고 상처를 주고 (반대)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의 행태,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대통령실을 겨냥했다. 한 위원장은 또 “당시 대통령실은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사과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던 내게 (사과하지 않은) 책임을 뒤집어씌운다면 사람들이 동의하겠느냐”고 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이야기를 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7일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길 각별히 당부한다”며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대 개입, 당무 개입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한 후보에게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대통령실 주장에 가세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친윤 성향의 일부 원외당협위원장들이 한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뒤 기자회견을 추진하려다 취소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이를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초선 의원 53명이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후보를 낙마시킨 연판장 사태에 빗대 ‘제2의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고 “여론이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말라”며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왜 이렇게 내전을 ‘더티(지저분)’하게 해서 국민들을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누가 죽는지 보자. ‘V1’(윤석열 대통령), ‘V2’(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문자 공개를 ‘OK’ 했다면 선 넘은 거다.”(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 측 의원)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 혹은 대통령실 누구라도 이 문자 논란에 관여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멋대로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대통령실 관계자)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과 관련해 한 후보가 “내게 타격을 입히려는 선동 목적의 비정상적 전대 개입”을 주장하며 대통령실을 겨냥한 지 하루 만인 7일 대통령실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한 후보 측과 개입 의혹에 선을 긋는 대통령실 모두 불쾌감을 드러내며 상대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이에 이번 ‘3차 윤-한 충돌’이 4·10총선 기간에 벌어진 1, 2차 충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는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韓 측 “누구나 대통령실 의심” 용산 “뜬금없다”
한 후보 측에서는 김 여사 문자 공개 경위를 두고 “‘한동훈 이지메’다. 대통령실이 너무 대놓고 전당대회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자 공개 과정을 보면 누구나 김 여사 측에서 흘렸다고 보지 않겠느냐”며 “이건 자승자박이다. 오히려 김 여사의 치부를 드러내서 좌파 공세에 노출시킨 것”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도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장하지 않는다’고 의원들에게 말한 적 있다”며 “누가 간 크게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영부인 문자를 공개하겠느냐”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문자 공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일절 부인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 여사 문자가 공개된 영문을 짐작하기 어렵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월 보낸 문자가 지금 전당대회에서 최대 이슈가 된 건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좀 뜬금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한 후보를 향한 불쾌감도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전대 개입, 당무 개입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한 후보에게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원희룡 후보 측은 “‘읽씹’을 ‘당무 개입’으로 호도하는 건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자해극’”이라며 대통령실을 옹호했다. 원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슈를 피하려, 본인 답변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끌어들이는 행동은 결코 안 된다”며 “당원과 국민들이 ‘정말 아 이건 파탄인가’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지금 (윤 대통령과) 루비콘강을 이미 건넜거나 건너가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 與 의원 단톡방에 “이대로 가면 당 망해”
나경원 후보는 페이스북에 한, 원 후보를 싸잡아 “패배 브러더스의 진풍경이다.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에 대해 “(문자 무시는)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했고, 원 후보를 향해서는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는 직접 사과하고 원 후보도 그만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를 겨냥해 “또다시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면 공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 후보에게는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길로 가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서도 김 여사 문자를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면 전대 이후 내부 분열은 물론이고 당정 관계도 회복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당 의원 108명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도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당이 망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다. 한 부산 지역 의원은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태를 진정할 총의를 모을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한 후보를 죽이려고 덤볐다가 서로 죽을 판이 된 것 같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공방이 너무 심해지는 것 아니냐, 우리 입장을 정리해서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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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3:40:32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보수가 궤멸 직전에 놓인 걸 한동훈이 등판해그나마 보수를 살려놓았는데 김건희가 이렇게 다시 분탕질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인간말종에게 정권과 나라가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간신히 윤석열을 뽑았는데, 김건희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현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끄는 바람에 보수가 다시 궤멸 직전이다. 윤석열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읍참마속의 교훈을 통렬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2024-07-08 05:46:55
한동훈은 너무가볍고 이준석과 같은족속
2024-07-08 04:13:36
대통령 주변에 한동훈 외에 대통령을 지켜 줄 사람이 있다고 봅니까? 김건희가 이철규에게 문자를 넘겨주고 이철규가 CBS김규완에게 문자를 넘겨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했답니다. 이것을 전당대회가 급한 원희룡,나경원, 윤상현이 계속 만지면서 키워요. 심지어 원희룡은 문자를 공개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문자를 공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대통령 마누라가 당무 개입 했다고 민주당에서 탄핵을 들고 나오지 않겠어요? 어제 박지원이가 당무개입을 언급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한동훈은 문자공개를 하지 않으며 대통령을 지키고있어요
용산이 하는 말 믿는 국민 몇%나 될까? TK, 극우유튜버, 70대이상 노인들.. 20%정도 될까? 일반적인 국민은 .........
2024-07-08 16:48:36
당 대표 나섰으면 '무엇을 하겠습니다' 하고 자기가 할일을 밝히고 지지를 호소 해야지 '한동훈이가 나쁨니다' 하는것 부터가 아주 고약한 일. 그것도 '김건희 문자를 받고 답을 보내지 않았으니 한동훈은 나쁜 사람입니다' 하는 내용을 보면 더 어이가 없잖냐. 사과 하고 말고는 윤석열이 알아서 할 일인데 '한동훈 답장'이 안와서 못했다는게 무슨 논리가 되냐? 결과적으로 김건희와 윤석열을 초딩 1년 수준의 미숙아가 되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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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3:40:32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보수가 궤멸 직전에 놓인 걸 한동훈이 등판해그나마 보수를 살려놓았는데 김건희가 이렇게 다시 분탕질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인간말종에게 정권과 나라가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간신히 윤석열을 뽑았는데, 김건희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현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만 질질 끄는 바람에 보수가 다시 궤멸 직전이다. 윤석열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읍참마속의 교훈을 통렬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2024-07-08 05:46:55
한동훈은 너무가볍고 이준석과 같은족속
2024-07-08 04:13:36
대통령 주변에 한동훈 외에 대통령을 지켜 줄 사람이 있다고 봅니까? 김건희가 이철규에게 문자를 넘겨주고 이철규가 CBS김규완에게 문자를 넘겨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했답니다. 이것을 전당대회가 급한 원희룡,나경원, 윤상현이 계속 만지면서 키워요. 심지어 원희룡은 문자를 공개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문자를 공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대통령 마누라가 당무 개입 했다고 민주당에서 탄핵을 들고 나오지 않겠어요? 어제 박지원이가 당무개입을 언급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한동훈은 문자공개를 하지 않으며 대통령을 지키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