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8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제기된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찰은 수중 수색 지시를 임의로 내린 제11포병 대대장을 포함한 현장 지휘관 6명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북경찰청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포11대대장이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내린 것이 채 상병 사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7여단장이 ‘수중이 아닌 수변에서, 장화 높이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한계를 설정해 지시한 수색 지침을 포11대대장이 임의로 변경해 허리 높이의 수중 수색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들은 ‘월권행위’에 해당할 뿐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임 전 사단장이 7여단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수색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실종자들을 수색·구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전 관련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임 전 사단장이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려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임 전 사단장이 포11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임 전 사단장이 작전수행에 대해 지적·질책했다는 이유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 지침 변경을 예상하긴 어려웠던 점, 이후 지침 변경이나 수중 수색 사실 등을 보고받거나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이러한 상태에서 사망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긴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아온 하급 간부 2명에게는 안전통제 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고, 병사들과 같이 수색대원으로서 수색 활동한 것으로 확인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판단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포11대대장과 7여단장 등 6명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포11대대장은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임의로 내린 책임이, 7여단장은 작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포11대대장이 지침을 변경하는 데 영향을 미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내부 논의에서 7여단장에 대해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선 포11대대장이 변경 지시한 수색 지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상부에 확인해 지침을 철회·변경하거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예상되는 위험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앞서 법대 교수와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도 5일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후 박정훈 대령을 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의 사망 경위를 밝히는 수사에 나섰고,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경찰 이첩을 승인했던 이 전 장관은 하루 만에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을 통해 명령한 이첩 보류는 정식 명령이 아니라며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박 전 단장은 보직 해임됐고,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 군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에서 회수한 뒤 혐의자를 대대장 2명으로 축소해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이에 박 전 단장 등이 임 전 사단장을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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