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야당의) 법안 추진 목적은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실로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에 관한 브리핑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법안의 위헌 요소들을 다수 지적하며 재의를 요구해 재의결이 부결된 바 있음에도, 이를 수정하려는 노력도 없이 절차·내용적으로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을 반복적으로 의결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이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같은 달 28일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고, 이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상황에서 이달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발의된 특검법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특검이 수사하도록 했다. 또 특검 추천 역시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과정 없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임의로 1인씩 총 2인을 추천하도록 했다. 특검 후보 추천을 받은 대통령이 3일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는 내용도 담겼다.
박 장관은 재발의된 채 상병 특검법이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고발 당사자로 하여금 특별검사를 선택하게 해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며, 과도한 수사인력·기간 등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인권 보장과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통해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본 법안의 소관 부서인 법무부 역시 헌법 수호적 관점에서 대통령에게 본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에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해당 법안을 국회가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특검법에 의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데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충돌 여지는 없느냐’는 물음에 “(법무부) 법무실에서 이해충돌 부분에 있어서도 당연히 검토해서 (재의요구 건의에 대한)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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