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당 대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김 여사가 국정 간여, 국정 농단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논란으로 비화됐다. 국민의힘 내에선 “영부인이 비선으로 국정에 간여를 시도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권한이 없는 사람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 국정농단”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김 여사는 주변에 “내가 문제 당사자고 한 후보와 전부터 가까웠던 만큼 당연히 의논할 수 있는 최우선의 대상 아니겠나”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여권에 따르면 김 여사는 1월 15일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했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신에 특검 문제로 빚은 갈등을 김 여사가 사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사적으로 가까워 의논했을지라도 영부인이 연락하는 순간 이미 공적인 문제가 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초선 의원도 “영부인이 대통령 대신 직접 연락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의 만남도 여러 차례 권유했다. 김 여사는 “한 번만 브이(V·대통령)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것 어떨지. 내심 전화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를 부탁한다”(1월 15일),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1월 25일) 등 메시지를 보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영부인이 무슨 공적인 지위가 있어서 이런 걸 결정하느냐”라며 “국정농단이라는 말이 맞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문자 논란이 벌어진 뒤 김 여사는 주변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라 자연스럽게 문자를 보낸 것”이라며 “국정농단이니 당무 개입이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친윤 진영에선 “사과 의향을 담아 의논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당무와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국정농단’을 한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여사가 ‘동지’라고 부른 점을 문제 삼아 “김 여사와 한 후보가 (과거) 정치적 동지였다는 것을 이 문자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부인이 직접 연락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한 비대위원장과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연락할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공사 구분 논란 가능성이 우려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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