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다음달 18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6일 만에 연임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단계적 ‘주 4.5일제’에 이은 2035년까지 ‘주 4일제’ 도입 추진, 국민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보장토록 하는 ‘기본사회’ 구상 등 사실상의 집권 비전을 드러냈다. 정치의 책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먹사니즘’이라는 표현도 썼다.
이 전 대표는 10일 출마 선언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주요 선거가 있는 올해, 우리 앞에도 중대한 갈림길이 놓여 있다”면서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인지, 엄혹한 현실을 외면한 채 퇴보와 정체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의 몫”이라고 운을 뗐다.
이 전 대표는 거대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위상을 거론하며 “민주주의와 민생의 최후 보루인 국회에 국민의 마지막 기대, 이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며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공약한 ‘기본사회’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국민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보장하고 일정한 소비를 유지함으로써 경제 선순환과 지속 성장을 유지하고 구성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표는 “모두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고 적정한 소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과학기술 기반의 높은 생산성이 오히려 경제 체제와 우리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라며 “과학기술 중심의 신문명 사회로 변모하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이 위기를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저출산 위기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출생아를 부모의 자녀가 아닌 우리 모두의 독립된 국민으로 인정하고 출생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 기본의료, 기본교육 등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삶의 필수 조건이 된 에너지와 통신 같은 서비스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기본적 이용권을 확보해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성장 해법으로서의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도 재차 밝혔다. 그는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에너지 고속도로’, 즉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전력망을 전국에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전국 어디서나, 국민 누구나 햇빛, 바람, 지열, 수력 등 자연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팔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 영남 충청 강원 등 서남해안과 동해안의 낙후 지역들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발전의 기회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햇빛연금’(태양광발전) ‘바람연금’(풍력발전) 등의 표현을 쓰며 기본사회를 위한 재원으로 재생에너지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살인테러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이라 여기고,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기소,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이 전 대표 부부 소환 통보를 비롯해 잇단 검찰의 조치를 또 다른 칼날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에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이유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거란 희망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며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던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성장 동력을 만드는 일, 기본적 삶이 보장되는 희망 사회를 만드는 일,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제 1정당이자 수권정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청계광장에서 위대한 촛불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국민 여러분 옆에 있던 저 이재명, 새로운 길 위에서도 항상 여러분 옆에 있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당원 중심의 대중적 민주정당으로 더 확실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당 운영에서 당원들의 의지를 더욱 발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의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당 합법화와 후원 제도를 도입하고, 디지털 관리자 격인 CDO(Chief Digital Officer)를 신설해 온라인을 통해 당원 활동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18일 열린다. 현재 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이 9일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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