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당대표직 연임을 선언하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첫 공개 입장을 밝혔다. 그간 종부세·금투세 폐지를 천명한 여당의 행보를 ‘부자 감세’라 비판해 왔던 기존 민주당 입장과는 상반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대권을 노리며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을 뒀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종부세는 과거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었던 만큼 당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이 예상된다. 야권 지지층에서도 동의하지 않는 여론이 높다.
이 전 대표는 전날(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면서 2025년 1월 전면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연기 추진을 시사했다. 당초 출마회견문엔 이런 내용이 없었다.
그는 “(금투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거래세를 대체하는 것이라 없애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주식시장 악화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피해마저도, 조금 올랐는데 세금 떼버리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수 있겠다. 시행 시기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종부세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당초 목표와 목적이 있지만 제도가 가지고 오는 갈등 또는 마찰이 있다면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종부세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 전 대표의 부동산 세제 완화 입장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4·10 총선 이후 민주당 내에서도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차기 선거에서 부동산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대표 연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주당 정책 방향도 이에 발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도입돼 문재인 정부 시절 확대된 종부세는 민주당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도 같단 점에서 이 전 대표가 표를 위해 ‘우클릭’했다는 비판은 당내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시점까지도 정부 세수 부족의 원인을 ‘부자 감세’로 지목,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대로 가자는 입장도 나올 수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전날 정책현안 기자간담회에서도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역동 경제 로드맵에 빠져있는 것은 안정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라며 “역동 경제 로드맵이 아니라 세수 결손 로드맵이 아닌가. 부자 감세 로드맵 아닌가”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금투세·종부세 폐지를 외쳐오던 국민의힘은 곧바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1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진정성 있는 거라면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발언에 대해 “종부세의 불합리한 부분을 일부 수정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건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 또한 “당내에서도 종부세에 대한 신중론이 많다”며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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