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한 이재명 후보가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의 일환으로 제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관련해 야권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비롯한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당내 비주류인 친노·친문 그룹을 중심으로 “종부세 폐지 반대” 주장이 제기되면서 야권 내 주류·비주류 간 ‘노선 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조국혁신당도 ‘종부세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 李 종부세 개편론 두고 친노·친문 “정체성 훼손”
이 후보는 최근 당 대표 출마선언을 과정에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민생 문제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가 종부세 개편안을 들고 나온 것도 민생 의제를 통한 중도·외연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자치단체장 출신인 이 후보는 종부세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대단히 민감하게 생각한다”며 “중산층의 고충 완화 차원에서라도 종부세 완화는 검토해야 할 주제”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부세 개편에 대해 “당의 정체성을 흔드는 사안”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종부세를 만들었던 참여정부 출신 친노 인사를 비롯해 친문 진영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두관 당 대표 후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종부세를 재조정하겠다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이래 민주당 세제 정책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면서 “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체 주택 보유자 가운데 2.7%에만 부과되는 종부세 검토가 ‘먹고사는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 후보는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논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종부세 개편 논의에 반대했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도 전날 “(종부세를 건드리면)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도 종부세 폐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당은 종부세 폐지에 반대한다는 방향성이 분명하다”며 “민생·조세·재정 정책에 관해서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된다”고 했다. 조국 의원도 전날 “지금도 윤석열 정권이 부자 감세 정책을 펴서 세수가 엄청나게 부족하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 친명계 ‘1주택자 종부세 폐지’ 검토
반면 민주당 친명계에서는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중심으로 1주택자 종부세 공제 한도를 16억 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5월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언급했던 박찬대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중산층 강화와 경제 성장을 위한 조세·재정 연구회’ 첫 세미나를 열어 종부세를 비롯한 조세 개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 후보가 17일 출간 예정인 저서 ‘이재명이 꿈꾸는 대한민국’에서도 ‘유능한 진보 세력’에 대한 생각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수권을 준비하는 정당으로서 대체 역량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금융투자세(금투세) 유예를 두고도 야권 내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다른 나라는 주가 지수가 올라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주식 시장만 역주행을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금투세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만들어진 금투세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만큼 이번에는 예정대로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후보 측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2022년 기준 전체 주식투자자 1440만 명의 1%인 15만 명가량에 불과하다”며 “금투세 시행 유예는 갈수록 커지는 우리 사회의 자산 격차에 동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황 원내대표도 “민주당 내에서도 우클릭을 하고 있으면서 진통이 따를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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