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태사령관 “韓핵잠 필요시 추진 가능”…입장 다소 바뀐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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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이 11일(현지시각)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첫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11 뉴스1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이 11일(현지시각)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첫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11 뉴스1
미군 4성 장군인 새뮤얼 퍼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작전 분석의 결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믿음(believe)이 생긴다면 추후에 추진(move forward)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우리 군의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 왔다. 하지만 이번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사령부의 지휘관이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을 내놓은 것.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주한·주일미군 등을 지휘하며 유사시 한반도에 우선 전개될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을 관할한다.

퍼파로 사령관은 11일(현지 시간) 인태사령부가 있는 미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한국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핵고도화는 모두에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잠수함 전투수행의 관점에서 볼 때 동맹으로서 한미 양국이 전력을 통합하고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면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당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을 요청한다면 지지하겠느냐”고 묻자 “지금은 미국이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다소 입장이 바뀐 듯한 발언이 나온 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 군사개입의 길을 터주는 새 조약을 북한과 러시아가 체결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 등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 행정부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할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는 기류가 생겼는지 주시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 측이 그런 인식이 있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이 11일(현지시각)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첫 인터뷰를 하고 있다. 뒤로는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보인다. 2024.7.11 뉴스1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이 11일(현지시각)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첫 인터뷰를 하고 있다. 뒤로는 미 해병대의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보인다. 2024.7.11 뉴스1

“우리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긍정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면 추후에 추진할 것”이라는 퍼파로 사령관의 발언에 “미국이 대선을 앞둔 전환기인 만큼 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해 집중적으로 깊이 논의하고 있거나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기자단에게 ‘알려드립니다’ 공지를 내고 퍼파로 사령관 인터뷰 주요 내용을 원문과 함께 공개했다.

핵추진잠수함은 한국이 풀어야 할 ‘안보 족쇄’ 중 하나로 불린다. 한국은 핵잠 개발의 기술적 여건은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56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의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은 물론이고 군사적 목적의 핵연료 사용도 제한하고 있다.앞서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에 핵연료(저농축우라늄) 공급을 요청했지만 미국이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려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부터 일단 풀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의 최대 관건인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는 미국 동의 없인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퍼파로 사령관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한미 양국 전력 통합에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결론 난다면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정부는 배경을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보유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미 정부 내에서 일부 바뀌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가능성은 낮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한 관련 기술을 이전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미 정부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어떤 식으로든 해줄 수 있단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동맹인 한국을 배려하고 핵무장 여론이 커지는 한국 내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미국은 동맹인 호주가 2021년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호주에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키로 한 바 있다. 이에 같은 동맹국인 한국을 등한시한다는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다만 퍼파로 사령관이 밝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추진잠수함은 미국이 운용해 한국에 제공하고, 한국은 재래식 디젤잠수함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 기존 방식일 강조한 발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은 11일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 핵전력의 통합 운용이 핵심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승인했다. 우리 군 일각에선 북한과 코앞에서 대치 중인 한반도 전장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먼바다 수심 깊은 환경에 적합한 핵추진잠수함의 군사전략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새뮤얼 퍼파로#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한국 핵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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