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전당대회가 ‘자폭 전대’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이번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로 당권주자들이 충돌했다. 한동훈 후보는 17일 “나경원 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공개했다. 야당은 즉각 “공소권 거래이자 국정농단”이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입’이 당의 최대 리스크”라고 반발했고, 원희룡 후보는 “무차별 총기난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폭로전 공방이 이어진 합동연설회에서 원 후보 지지자들이 한 후보에게 “배신자”라고 소리치거나 한 후보 지지자들이 원 후보를 겨냥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고성을 지르자 당내에선 “토론회마저 폭로 자폭대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법무부 장관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책임 느끼냐, 안 느끼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공소 취소를 부탁한 사실을 공개하며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보좌진 등 27명은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해 국회 회의장을 점거했다가 2020년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나 후보는 오후 경기 고양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야당이 수사감이니 공소 취소 청탁이니 신이 났다. 보수정권 후보 맞느냐”며 “보수 가치에 대한 책임감도 보수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도 없는 당 대표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 정치적 이익 위해 대통령 탄핵마저 방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후보도 연설에서 “한 후보가 우리 소중한 동지를 야당에 정치수사의 대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원 후보 캠프 공보단은 “입 다물라”는 뜻의 “Put a sock in it!”을 포함한 한 후보 비판 입장문을 냈다가 해당 부분을 지웠다. 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야당에서 법적 문제 삼을 만한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와 나 후보를 싸잡아 “수사해야 한다. 불법청탁을 한 나 후보, 불법청탁임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 취하지 않는 한 후보 둘 다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당권주자들은 한 후보의 ‘여론조성팀(댓글팀)’ 의혹을 두고도 난타전을 이어갔다. 원 후보는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의) 김경수 지사처럼 징역 2년 실형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한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특검으로 진행되면 정상적인 당무 집행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내부 총질”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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