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 연방검찰에 기소되면서 한국 정보당국의 정보 활동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대통령실은 18일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과 문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 정보당국과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10년 전 이미 FBI(미 연방수사국)가 수미 테리에게 경고한 활동을 왜 이 시점에서 미 검찰이 기소한 것인지 면밀히 점검하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 요원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감찰이나 문책이 진행 중인가’라는 물음에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해야 할 상황”이라며 “좋은 지적이고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미 연방검찰의 테리 기소를 두고 ‘정보 참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고 국정원에서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검찰의 공소장에는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테리 선임연구원에게 건넬 명품 가방을 구매하는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등이 담겼다. 테리가 2013년부터 국정원 요원들과 접촉하며 비공개 정보 제공, 미 정부 고위 당국자와의 만남 주선 등을 대가로 명품 가방이나 코트 등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 의원은 미 연방검찰의 기소에 대해 “미 실정법 위반 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미 연방검사의 말처럼 ‘미국 공공정책담당자들에게 법을 준수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미국 내 문제다. 미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테리 선임연구원이 받는 혐의는 ‘외국대리인등록법(FARA·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위반이다. 미 연방검찰은 테리가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사실상 한국의 불법 로비스트로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이 나서서 ‘문재인 국정원 감찰 문책’ 운운하면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국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하지하책”이라며 “국정원을 갈라치기 해 정보 역량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지금 이 시각에도 각국의 정보기관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한 정보전을 하고 있다. 문재인의 국정원, 윤석열의 국정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다만 우리 정보당국과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10년 전 이미 FBI(미 연방수사국)가 수미 테리에게 경고한 활동을 왜 이 시점에서 미 검찰이 기소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 정보당국과 정부는 사전에 이번 기소를 인지 및 대응한 것인지 면밀하게 분석 및 점검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의 보안을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는데 우리는 대통령실을 도청당하고도 동맹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넘어갔던 것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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