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전당대회 막판에 나온 한동훈 후보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 부탁’ 폭로를 두고 나경원·원희룡 후보가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두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잘못된 기소에 대해 바로 잡아달라는 저의 요청을 개인적 청탁이나 한 것처럼 온 천하에 알리는 자세로 당 대표는 커녕 당원으로서 자격이 있나”(나 후보) “법무부 장관으로 우리 당의 수많은 정치인과 수많은 대화를 했을 텐데 나중에 불리해지면 캐비닛 파일에서 꺼내 약점 공격에 재료로 쓸 것인가”(원 후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한 후보는 당시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라면서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원 동지들의 마음을 배려했었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 후보는 18일 오후 KBS 주관으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어제 한 후보께서 공소 취소 부탁을 사적 청탁처럼 이야기해 상당히 놀랐다”며 “상당히 인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우리라는 인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누가 의회민주주의 폭거에 나가서 싸우겠나”라며 “정권이 바뀌었으면 당연히 잘못된 야당 탄압용 보복 기소에 대해서는 정리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 후보도 뒤이어 “이재명 체포동의안 일장연설 등 자신이 독보일 기회에 대해서는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자기가 불리하거나 자기 할 일, 책임으로 왔을 때는 남 탓, 시스템 탓으로 돌리면서 어떤 동지 의식, 책임감을 느낄 수 없다”고 쏘아 붙였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 부탁도) 부당한 부탁을 한 것처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꺼내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는 ‘(당시) 기소가 여전히 맞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나 후보의 질문에 같은날 오전 사과한 사실을 언급하며 “법에 따라 기소된 것이고 기소된 여부와 내용에 대해 상세한 건 알지 못하지만 당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당에서) 공소 취소 요청을 법무부 장관께 하는 걸 당론으로 정하자는 유사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공소 취소는 법무부 장관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나 후보는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으셨다”며 “아직도 검사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이에 “법무부 장관의 임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법집행을 책임지는 사람 입장에서 당과 동지 관계로 법무부 장관의 임무를 수행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논란의 발언은 전날 방송토론회에서 나왔다.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 때 이재명 전 대표를 구속 기소하겠다고 했는데 체포영장이 기각됐다. 책임 느끼냐, 안 느끼냐”고 묻자, 한 후보는 장관이 관여할 수 없는 개별사건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 후보가 내게 본인의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주장한 것. 2019년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반발해 국회 회의장을 점거했다가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한 후보는 논란이 거세지자 발언 하루 만인 18일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막판 표심을 가를 변수로 한 후보의 폭로가 급부상한 가운데 당원투표는 19일부터 시작된다. 차기 당 대표는 약 84만 명인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 비율로 반영해 선출한다. 당원 선거인단 투표는 19∼20일 모바일, 21∼22일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진행되며, 21∼22일에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도 실시된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투표 결과 과반 1위를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같은 달 28일 상위 두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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