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한동훈 후보를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택했다. 51세의 한 대표는 22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103일 만인 23일 62.84% 득표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정치 입문 7개월 만에 원외 인사가 집권 여당인 당 대표로 선출된 것. 한 대표의 압도적 승리는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거센 비토에도 당심에서 마저 지난해 전대와 달리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2대 총선 국면부터 충돌했던 ‘윤-한 관계’의 무게추가 한 대표에게 급격하게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선 “집권 3년 차에 대통령과 당 대표로 만난 두 사람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어떻게 충돌할지에 따라 집권 후반기 여권 지형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대표는 당원투표 80%, 국민여론조사 20%로 진행된 이번 전당대회에서 총 62.84%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당선됐다. 원희룡 후보는 18.85%, 나경원 후보는 14.58%, 윤상현 후보는 3.73% 순이었다. 한 후보의 득표율은 나머지 세 후보 득표율 합산(37.16%)보다 25.68%포인트 높은 수치다.
친윤 조직표가 결집했다는 지난해 3·8전당대회의 김기현 후보(52.93%), ‘0선 돌풍’이 불었던 2021년 6·11전당대회의 이준석 후보(43.81%)의 득표율과 비교해도 크게 높았다. 전당대회 초반부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파동, 막바지에 터져 나온 패스트트랙 충돌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 등으로 친윤 진영은 조직표 동원을 통해 결선투표를 노렸지만 한 대표는 당원투표(62.69%), 국민여론조사(63.46%)에서 모두 압승하며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에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국민에게 덜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민심의 파도에 올라타자”고 밝혔다.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있어서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한 갈등의 핵심 원인인 김 여사 문제를 다시 정면으로 건드린 것.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당정 일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한 대표와 최고위원 등 신임 지도부와 전당대회 낙선 후보, 퇴임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대통령실 실장 및 수석 등 관계자들과 함께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한 대표의 압승에 대해 한 여당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도 변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경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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