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는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수락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 공개 소환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대면 조사한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당대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6회)’와 ‘단결(3회)’을 강조하며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고 축사를 한지 두 시간만에 총선 국면부터 ‘윤-한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김 여사 문제에서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선 “대통령과 집권 여댕 대표로 만난 만나 앞으로 펼쳐질 윤-한 관계를 보여줄 상징적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가 당심과 민심에서 압승한 만큼 당 장악력이 높아지고 한 대표 중심 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집권 후반기 여당 내 무게추가 한 대표에게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1년 전 친윤(친윤석열) 대표를 만들었던 전당대회와 정반대로 이번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힘이 빠진 만큼 여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등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며 대립각을 세우면 집권 후반기 3년간 ‘여권 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 韓 “변화·민심” 尹 “단결·하나”
지난해 3·8 전당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한 후보와 만나 악수를 나눴다. 한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윤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우리 당이 바로 하나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원팀이 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일할 때 국민도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실어주실 것”이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만 한 뒤 새 지도부 투표 결과가 발표 되기 전 자리를 떠났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겨냥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한 대표는 “당원과 국민이 명령한 변화는 첫째 국민 민심에 반응하라는 것, 둘째 더 유능해지라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목표가 완전히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채널A 인터뷰에서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드려 통화했다. 앞으로 당정이 화합해서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말씀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고 잘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취임 일성부터 한 대표가 “변화”와 “민심”을 강조한 만큼 한 대표 당선이 집권 하반기 여권 권력 구도 향방을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윤 대통령과 충돌 및 갈등을 불사할지에 따라 국민의힘에 대한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윤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예전처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일방적으로 찍어누르려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한 갈등 뇌관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제 대응은 윤-한 갈등 여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이날 김 여사 검찰 조사 문제뿐 아니라 제2부속실에 대해서도 “당 대표 후보들 모두 생각이 같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가 됐다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응은 바뀌지 않는다”라며 “전당대회 내내 밝혀왔던 김 여사에 대한 비판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는 가운데 한 대표의 대응이 윤-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에선 김건희 특검법과 제2부속실 설치 등에서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윤 대통령에게 수용을 요구하면서 또다시 정면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극적 화해를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권 교체가 되면 가장 피곤한 두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윤-한갈등에 따른 윤 대통령 탈당설에 대해서도 여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탈당하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을 막지 못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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