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3번째 방통위원장 청문회…野 “길어야 몇 달짜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4일 13시 20분


與, 위원장 의사진행 지적에 “독단적 발언” 항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4/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4/뉴스1
여야가 1년 사이 세 번째로 열린 국회의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진숙 후보자를 향해 “길어야 몇 달짜리”라고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여당은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의사진행 발언을 문제 삼으며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자는 사퇴 관련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야당 위원과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방통위원장 청문회는 장관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는 25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야당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며 원색적인 비판을 늘어놓았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본인이 할 줄 아는 게 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밖에 없다면 후보자는 서류 탈락감”이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스스로 나는 너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 “사퇴 의향이 있는지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얼마 전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말했다. ‘예, 아니오’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라며 맞받았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가 답변하는 내내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수차례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방통위의) 불법적 2인 구조에서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해 정치권과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고 탄핵 발의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야당의 탄핵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박 의원은 “결국 후보자는 길어야 몇 달짜리, 제3의 이동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예측 가능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MBC를 그저 (정부의) 입맛에 맞추려고 하고 KBS를 용산 방송으로 만들려고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이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원인을 국회와 야당 탓으로 돌렸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길어야 몇 달짜리 방통위원장이 아니냐고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이 후보자에게 지난해 8월 방통위원으로 추천받고도 임명이 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 후보자는 “민주당 쪽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추천 받았지만 표결을 거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야당에서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불법성을 지적했는데 이 후보자가 위원으로 임명됐다면 야당 불법 주장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도 “야당에서 국회 개원 후 2명의 상임위원 추천하고 표결했다면 5인 체제가 완성됐을 것”이라며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에 “방통위 2인 구성에 대해 말할 때는 조심하라. 내가 당사자”라며 “책임이 야당에 있다면 미완의 2인 구조가 책임질 만한 문제라는 건 다들 인식하는 것이다. 본인만 국회에서 의결됐으면 3인 위원회가 됐을 거라고 했는데 본인만 의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되나. 그러니까 내정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가 항변하자 최 위원장은 “위원이 얘기하는 데 끼어들어서 말 씹히게 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도 반박에 나서자 최 위원장은 “말하지 마라. 독재 아니다. 가만 계시라”며 “팩트체크한 것”이라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제출할 때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얘기하고 있다. 2024.7.24/뉴스1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선서문을 제출할 때 인사를 하지 않고 가자 다시 불러 얘기하고 있다. 2024.7.24/뉴스1

이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이정헌·이훈기 의원은 이 후보자가 대전 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이용해 자택 근처 마트에서 사용하거나 호텔에서 과도하게 사용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소액으로 여러차례 사용한 것을 두고 “한 사람이 먹으면서 업무 관련 미팅을 한 것이냐”고 의심했다. 이 후보자는 “사적으로 단 만 원도 쓰지 않았다”며 “소액으로 여러차례 결제한 것은 제가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볼 때 수행기사가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가 부임하고 경영실적이 2015, 2016년 (15개 지역사 중) 2위였다. 17년에는 지역사 중 1등이었다”고 했다. 광고를 직접 수주했기 때문에 법카 사용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상대방 질문 내용 등을 마타도어 운운하는 것은 양쪽 다 하지 마라. 창피하다”고 주의줬다. 이에 여당에서 반발하자 최 위원장은 “좀 들어라” “생각 좀 하고 말하라”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생각하고 말하라는 건 좀 실례 아니냐”며 “청문회 본질을 바로잡는 건데 위원장이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독단적 발언을 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왜 삿대질 하나” “어따대고 삿대질 하냐” 등 맞받았다. 야당 의원이 웃자 이 의원은 또다시 “말하는 데 웃지마라. 습관이냐”고 말하며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들어서며 야당과 언론단체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들은 ‘이진숙 OUT’이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그를 막아서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국회 권위와 본능을 심각하게 침해할 행위가 있었다”며 “자기 편은 들어오게 하고 자기 의견에 반한다고 욕설과 비난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질서유지를 당부해달라”고 위원장에 요청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에 야당과 언론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2024.7.24/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에 야당과 언론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2024.7.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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