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에 대통령실도 뚫려… 軍, 대북전광판 재설치 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5일 03시 00분


北, 올해만 10번째 오물풍선 테러
대통령실 “청사내 낙하 심각성 인식”… 확성기 이어 심리전 수단 늘릴듯
申국방 “대북전단 날리는 지점에 북한이 총격-포격 가능성” 경고

24일 오전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의 쓰레기(사진 원 안)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서 날아가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대통령실 인근에서 포착된 오물풍선은 2시간 넘게 대통령실 주변에 떠 있었다.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1
24일 오전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의 쓰레기(사진 원 안)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서 날아가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대통령실 인근에서 포착된 오물풍선은 2시간 넘게 대통령실 주변에 떠 있었다.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1

북한이 24일 올해에만 10번째 ‘오물풍선’ 테러를 감행했다. 우리 군은 앞서 21일부터 오물풍선 살포에 맞서 전방 지역에 설치한 고정식 확성기(24곳)를 ‘풀가동’하고 이동식 확성기(16대)까지 투입했지만 사흘 만에 또 오물풍선을 날려보낸 것.

특히 이날 오전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은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떨어졌다. 검은 봉지에 담긴 수십 장의 종이 쓰레기류가 수거됐고,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선 오물풍선이 떠다니는 모습이 육안으로 포착되기도 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테러로 진화한 오물풍선 살포에 맞서 대북 전광판 재설치 등 우리 군의 추가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북 전광판 등 ‘추가 심리전 카드’ 검토하나

24일 오전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의 쓰레기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서 날아가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대통령실 인근에서 포착된 오물풍선은 2시간 넘게 대통령실 주변에 떠 있었다.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4일 오전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의 쓰레기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서 날아가는 모습. 이날 오전 11시쯤 대통령실 인근에서 포착된 오물풍선은 2시간 넘게 대통령실 주변에 떠 있었다.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서 낙하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 일대에서 낙하 쓰레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 오물풍선을 합동참모본부와의 공조로 모니터링하던 중 이를 발견한 것. 이 관계자는 “물체의 위험성 및 오염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거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함과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조치나 대응 방안은 관계기관에서 좀 더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도 오물풍선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 오전 7시 32분경 “쓰레기 더미 같은 게 있다”는 군 기지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미군 헌병대 안내를 받고 이같이 확인했다.

24일 오후 4시 기준 대남 오물풍선 300여 개가 식별됐고, 이 중 250여 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지역에 낙하했다고 군은 전했다.

우리 군은 오물풍선 살포를 막고자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에 걸쳐 실시하고 있다. 고정식 확성기는 물론이고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확성기까지 총동원해 대북 심리전을 펼치고 있는 것. 대형 스피커 수십 개를 쌓아 만든 확성기로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를 하루 16시간(오전 6시∼오후 10시)씩 송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북한이 아랑곳하지 않고 오물풍선을 날리면서 이제는 2004년에 중단된 대북 전광판을 재설치하거나 정부와 군 차원에서 대북 전단 살포 같은 맞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전광판은 휴전선(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형 전자식 글자판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환한 불빛으로 커다란 글자를 표시해 북측 지역에서도 잘 보인다. 과거 MDL을 넘어온 북한 귀순 병사들이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전광판이 대북 확성기보다 심리전 효과가 더 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군이 보유한 고성능 전단살포 기구(氣球)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정밀 타이머가 장착돼 민간 단체의 대북전단 풍선보다 목표 지역에 더 정확하게 날려 보낼 수 있다. 군은 수천 장의 전단을 포탄에 장착해 살포할 수 있는 155mm 전단탄과 북한 전역에 TV와 라디오 전파를 동시 송출할 수 있는 기동 방송중계 장비 등도 갖고 있다.

군 소식통은 “대북 확성기 효과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이라면서도 “전시(戰時) 용도인 전단탄을 제외한 나머지 심리전 수단은 상부 결심만 있으면 투입할 수 있다”고 했다.

● 申국방 “北 대북전단 살포지점 포격할 수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남측의 전단 살포용 풍선을 격추하거나 풍선을 날리는 거점에 대한 총격·포격을 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한국 민간단체에 의한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에서 대응 변화를 예고했다”며 이같이 말한 것. 우리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풍선을 띄울 때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위치가 사전 노출되면 북한의 ‘도발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15년 8월 북한 목함지뢰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하자 북한은 포격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다만 이후 북한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을 판문점으로 보내 확성기 방송 중지를 요구하며 ‘8·25 남북 합의’에 동의했다. 대북 확성기 위력에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것. 군 소식통은 “당시엔 김정은이 집권 3년 차로 풋내기 지도자였다”면서 “지금은 정권을 완전히 틀어쥔 김정은이 대북 확성기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오물풍선#대통령실#대북전광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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