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간부 100명 이상 교체… 8, 9월경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7일 01시 40분


조태용 원장 취임후 첫 대규모 인사
수미 테리 파문 등 감안 인력배치


국가정보원이 8, 9월경 3급(일반 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 100명 이상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국정원장의 색깔이 드러나는 사실상 첫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 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인 김규현 전 원장이 인사 파동으로 전격 경질된 뒤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특히 국정원은 김 전 원장 재임 시절 대기발령 등의 조치를 통보받아 업무에서 사실상 배제된 인사 수십 명을 일선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미국 연방검찰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아마추어’ 국정원 요원들의 자질 부족 등이 도마에 오른 만큼 해당 정보업무 전문성을 인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소식통은 “정권 교체 때마다 국정원이 ‘코드 인사 물갈이’로 비판받지 않았느냐”며 “정치색이 아닌 업무 역량을 우선 순위에 두는 인사 관행을 이번에 정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26일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조 원장은 취임 이후 3월 한 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는 1급 자리들을 중심으로 시급한 자리만 채우는 소폭 인사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3월에는 조 원장이 국정원 내부 상황, 사람에 대한 파악이 덜 된 만큼 고위 간부들의 조언을 받아 급한 불을 끄는 목적의 인사였다”고 전했다.

통상 국정원 인사는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되지만 지난 인사가 3월에 있었던 만큼 8, 9월경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미 테리 논란’에 따른 여파 등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미 테리 사태’ 부른 국정원, 대대적 인사쇄신 예고
국정원 간부 100여명 인사
“전문성-지역안배가 인사 기준”
대기발령 수십명 일선 복귀 검토
수미 테리 박사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탈북민과 북한 인권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 상영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수미 테리 박사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탈북민과 북한 인권에 대한 다큐멘터리 ‘비욘드 유토피아’ 상영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6/뉴스1

“수미 테리 사태처럼 아마추어 국정원이란 말은 안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한 정보 소식통은 조 원장이 현재 준비 중인 국정원의 인사 방향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김규현 원장 체제’ 당시 국정원은 김 전 원장의 비서실장이던 최측근 K 씨의 인사전횡 논란이 불거지는 등 내부 인사 갈등과 파벌 싸움으로 조직이 둘로 쪼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 3급 간부를 대규모로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전문성 없는 인사가 해외 정보업무에 배치되는 난맥상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의 ‘코드 인사’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였지만 물갈이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국정원 1급 7명에 대한 인사를 철회하는 초유의 인사 파동까지 빚어졌고, 이러한 극심한 내홍은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조 원장은 취임 전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이런 국정원 내부 상황을 지켜봤다. 그런 만큼 이번 인사를 앞두고 참모 등과 인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색을 떠나 전문성 있는 인사를 관련 정보 업무에 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다가올 인사에선 조 원장이 추구하는 국정원의 방향성이 분명히 담길 것”이라면서도 “그동안의 국정원 인사 난맥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많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만큼 (조 원장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원장 시절 대기발령 등의 조치를 받아 물러난 인사 중 이번에 얼마나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앞서 김 전 원장 취임 이후엔 2022년 12월에만 3급 이상 간부 150명 이상이 물갈이되는 등 인사 폭이 상당히 컸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는 등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만큼 당시 김 전 원장 시절 인사를 재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정원 내부에선 꾸준히 제기됐다. 또 인사 파동 등의 과정에서 인사 이동이나 진급 등이 꼬여 정체된 자리도 현재 국정원 내부에 수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정원이 김 전 원장 시절 대기 발령 등의 조치를 당한 인사 중 수십 명을 전문성 검증 등을 거쳐 복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이유도 그래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김 전 원장과 일부 소통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결과적으로 (김 전 원장이) 인사 문제 등이 불거져 경질되긴 했지만 반면교사 측면에서도 좀 들어볼 얘기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동안 국정원 인사에선 영남, 호남 등 어느 지역에 편중됐다는 문제가 자주 지적돼 왔다. 그런 만큼 지역 배분이 이번 인사에서 주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정원#간부#교체#인사#수미 테리#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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