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박 6일 동안 진행되는 ‘방송 4법’ 필리버스터에서 국회의장단을 체력적으로 압박해 향후 협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7일 ‘방송 4법’ 가운데 두 번째로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24시간째(오후 6시 15분 기준)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5일 오후 방통위법 개정안 상정에 반발해 첫 번째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26일 오후까지 24시간가량 이어진 바 있다. 국민의힘은 남은 두 개 법안(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각각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할 방침이다.
110시간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버스터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이 3시간씩 맞교대 사회로 진행하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필리버스터 첫날인 지난 25일 본회의 전 추경호 원내대표 요청을 수용해 “방송 4법 강행 처리, 날치기를 위한 국회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민주당의 계획은 30일 저녁쯤 방송 4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모두 종결시키고 4개 법을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산술적으로는 방송 4법 중 첫 주자인 방통위법 개정안이 상정된 25일 오후 6시부터 나흘이 흐른 29일 저녁쯤 끝낼 수 있지만, 이번 주말에는 지역 전당대회 일정으로 본회의 참석이 불가능한 의원들이 다수 있어 하루 가량 늦춘 것이다.
하지만 30일 저녁으로 예상됐던 방송4법 통과 시점을 한나절가량 앞당겨 30일 오전 9시쯤 마무리하기로 했다. 의장단의 체력적 문제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은 지난 26일 의원 대상 공지에서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3시간씩 교대하고 있어 체력적 부담이 매우 크다”며 “필리버스터를 하루라도 빨리 종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PK 지역(부산·울산·경남)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 행사를 마치고 즉시 국회로 복귀해 밤 11시 30분 본회의장에 집결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8일 새벽 0시 30분쯤 강제 종결과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필리버스터에 당내 회의론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의장단을 압박하는 카드로서는 유효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 또한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체력적 압박 전략을 고려한 것이냐는 물음에 “반쯤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은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하는 주 부의장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해야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주 의원은 방송 4법에 반대할 수 있지만 국회 부의장의 책임과 의무는 의원 주호영 개인의 의견과는 다르다”며 “국민의힘 의원 주호영과 대한민국 국회 부의장 주호영을 구분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장기 전략으로 끌고 갈 방침이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앞으로도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국회의 전통을 무시하며 독주하는 법안에 대해 우리는 무제한 토론으로 결연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국민의힘 내에서도 체력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때마다 발언자당 4시간가량을 부담하고, 24시간 대기조를 편성하고 있다. 최근 여당 의원총회에서 “매번 필리버스터를 여는 것에 대해 전략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게 매일 해도 법안이 통과될 것인데, 여당이 힘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는 발언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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