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 1220억여 원을 투입해 개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개발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예산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 사회보장급여 수급자 2200만 명에게 매년 40조 원 넘는 수당을 지급하는 데 쓰였다. 시스템이 개통된지 한 달 동안 10만 건 넘는 오류가 생기고 급기야는 ‘먹통’이 되면서 당시 취약계층에 대한 수당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는 복지부의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장이었던 장모 국장 등이 2022년 9월 무리한 시스템 개통을 추진한 사실이 담겼다. 감사원은 장 국장에 대해 징계 처분하고, 이 과정에 관여한 한국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주의 요구하라고 복지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 국장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시스템 개발에 관여한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들과 시스템 개통 문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총 4차례에 걸쳐 이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개통하기로 했는데, 당시에는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이 사용하는 핵심 시스템을 포함한 ‘2차 연도 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그런데 장 국장 등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의에서 “2차 연도 계약이 이행 완료됐다고 검사하자”고 결정했다. 더이상 시스템 개통을 미룰 수 없으니 일단 ‘2차 연도 개발’ 시스템을 개통하고 보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아직 시스템 테스트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계약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실무진은 “장 국장이 ‘책임은 복지부가 안고 간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복지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시스템에서 141건의 개통 ‘부적합’ 사항을 확인하고도 ‘적합’ 의견이 담긴 검사 확인서를 발급했다. 복지부는 2022년 9월 예정대로 시스템을 개통했다. 2차 개통을 나흘 앞둔 시점까지도 이 시스템의 3884건의 결함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당시 사업 추진단장이었던 장 국장이 시스템 개통이 미뤄질 경우에 이미 지급받았던 해당 연도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무리하게 부실한 시스템 개통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국장은 “2차 연도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검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비 예산을 불용처리하고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되면 2차 개통이 더 늦어지거나 사업단이 계약 이행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다. 장관 직무대행으로 최종 결정권자였던 복지부 1차관은 장 국장으로부터 개통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복지부가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해 일선의 지자체 공무원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복지 서비스 대상자인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시각이다. 이 시스템이 2022년 9월 개통된 첫 달에만 10만 건, 6개월 동안 30만 건의 민원이 발생했던 것이다. 시스템 오류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한부모가족 증명서, 장애인 증명서가 원활하게 발급되지 않아 당시 대학 입학 수시 전형에 지원해야 하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고, 결국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 사실을 알리며 제출서류 접수 기한 연장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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