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요원’과 전체 부대원 현황 등이 담긴 기밀을 중국동포(조선족)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을 누가, 왜 막았냐”고 일갈했다.
한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국 국적 동포 등이 대한민국 정보요원 기밀 파일을 유출했다. 황당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죄로 처벌을 못 한다. 우리나라 간첩법은 적국인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기밀 정보를 적국인 ‘북한’에 넘길 때만 간첩죄를 적용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관련 기밀을 중국 국적의 ‘조선족’에게 넘긴 이번 사건의 경우 관련자를 간첩법으로 처벌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는 “저걸(정보사 기밀 유출을) 간첩죄로, 중죄로 처벌해야 맞나. 안 해야 맞나”라며 “이런 일이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적국을 북한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다는 점을 언급하고 “그중 3건이 당시 민주당이 냈다. 그런데 정작 법안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제동을 걸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제22대 국회 개원 후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북한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개인·단체에 간첩행위를 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한 대표는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외국과 적국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라며 “이번에 꼭 간첩법을 개정해서 우리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민주당은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합의안 마련 및 이견조율을 전제로 법안 심사에 임했던 것으로 해당 법 개정을 반대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마치 민주당이 법 개정을 반대해 이번 사태에 대한 처벌이 어렵게 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라고 덧붙였다.
군 검찰은 최근 정보사 소속 군무원 A 씨에 대해 국가기밀과 관련한 최대 수천 건의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 씨는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해외 공작담당 부서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요원 리스트와 전체 부대원 현황 등 2, 3급 기밀 여러 건을 출력하고, 파일 형태로 조선족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파일엔 블랙요원의 세부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가 유출된 요원 중 다수는 북한과 관련된 첩보 업무에 종사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일부 블랙요원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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