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시 없이 티메프 등 금융현안 점검으로 임기 시작
신속한 판매자 유동성 지원 나서야…제도개선 방안도 마련
가계대출 적극적 관리 예고…부동산 PF 제도 손질도 나설 듯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이 31일 공식 취임함에 따라 티몬·위메프 사태를 비롯해 산적한 금융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티몬·위메프 사태를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등 금융현안을 점검하며 공식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거시경제 전문 관료 출신인 김 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장까지 경제·금융 관련 핵심 요직을 잇달아 맡게 됐다. 올해 만 53세로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그러나 김 위원장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장 피해액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해결에 진력해야 한다. 취임식을 생략하고 곧바로 업무를 개시한 것도 그만큼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이 시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장 김 위원장은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셀러)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 대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법원이 티몬·위메프의 기업회생 신청과 관련해 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림에 따라 회생 개시여부 결정 전까지 판매자들은 미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자금애로에 처한 판매자들에게 유동성 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에서 판매자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알파(α) 규모의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신설키로 한 바 있다.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판매대금 정산을 받지 못해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피해 중소기업에게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한 기업은행 대출로 저리 자금을 조달해준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의 미정산액을 한도로 보증부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음달 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및 수사당국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티몬·위메프 관련 사라진 1조원 규모 판매대금의 추적과 구영배 큐텐 대표 등 경영진의 불법 여부를 밝혀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공백 해소와 제도개선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등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이커머스 업체의 소비자보호 책임 강화, PG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이 대책에 담길 전망이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계대출의 불길을 잡는 것도 김 위원장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은행권이 다주택자의 신규 취급을 제한하고 대출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이달 들어 5조원 넘게 늘어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에서 “금리하락 기대가 확산하고 주택 구매심리도 증가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가 우려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변동금리에 일정 부분 가산금리를 부여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의 오는 9월 도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계부채 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전세대출 포함 여부 등 DSR 제도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 만큼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DSR 규제 도입도 카드 중 하나로 검토될 전망이다.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는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뉴머니’ 공급을,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한 재구조화 또는 정리를 골자로 하는 PF 연착륙 대책의 차질없는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PF사업성 평가를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은 경공매나 재구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PF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국내 부동산 PF 자기자본비율이 약 3~5%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 확대와 자본 비율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PF가 외국에 비해 자기자본 투입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며 “시행사 자기자본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자본시장과 관련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이 법인세·상속세·소득세 등 세제 개편인데 김 위원장이 기재부 차관을 지낸 바 있어 관련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연속성있게 정책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부동산 PF, 가계부채, 자영업자 대출, 제2금융권 건전성 등 현재 직면하고 있는 4대 리스크를 속도감 있게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가계부채는 금리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시장 불안과 시스템 전이의 주요 요인인 만큼 각 부문별로 지분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불완전 판매, 불법사금융, 불법공매도, 불공정거래 등 금융업권별, 금융시장별로 위법, 부당행위를 분석해 사전 예방과 사후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2년간 일해 온 김주현 전 위원장은 이날 이임식을 갖고 금융위를 떠났다.
김 전 위원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가동시키고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실시하는 등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노력했다.
금리 상승기에 안심전환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고금리에 시름하는 개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줬으며 금융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더 싼 이자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정착시킨 성과도 거뒀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과 태영건설 사태 등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금융시장 안정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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