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8월 18일 전당대회 직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조만간 한 대표가 주장한 ‘대법원장 추천 특검’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제안한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방식에 대한 법안 발의를 제안해 여권으로 공을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여권 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분열을 가속화하는 한편 이 후보는 당 대표 연임 직후 ‘통 큰 양보’에 나서는 그림을 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이재명 연임 시 ‘한동훈 제안’ 수용 가능성
당초 야권이 추천하는 특검안을 고집했던 민주당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특검법 강행 처리 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구도가 반복되면서 당 안팎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달 29일 열린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도 총선 이후 각종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여야 간 정쟁 구도로만 흐르면서 전혀 탄력을 못 받고 있다”며 “민주당도 이제는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제안한 3자 추천 특검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며 “한 대표가 말한 대법원장 추천 방식 외에도 천 원내대표가 말한 변협회장 추천 방식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또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도 “조만간 한 대표에게 본인의 주장을 담은 특검법을 먼저 발의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라며 “여당안을 본 뒤 대법원장 또는 변협 추천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날 “지금 우리 내부적으로 전략팀에서 (제3자 추천안을 포함해)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8월 초 여당을 향해 먼저 공을 던지면, 이 후보가 바통을 넘겨받아 8월 18일 전당대회 직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2기 체제의 핵심은 중도 외연 확장”이라며 “꽉 막힌 국회 상황을 해결하고, 민생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당 대표 선출 당일에 ‘제3자 추천안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이나 변협회장의 보수적 성향을 감안했을 때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 시 ‘맹탕 조사’가 우려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 與 “민주당의 갈라치기 의도” 우려
민주당 내부적으론 한 대표의 ‘제3자 특검안’을 야당이 수용할 경우 여권 내 친윤계와 친한계 간 대립으로 인한 자중지란이 거세질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다. 앞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3자 추천 특검’을 제안한 한 대표는 특검법의 필요성에 대해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윤계는 “민주당의 탄핵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우리 의원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법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공세가 너무 컸다.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몰고 가기 위한 특검이라는 생각이 (의원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민주당의 이 같은 ‘갈라치기 의도’를 고려해 특검법 선제 발의를 주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한 대표의 의견과 별개로 당에서 먼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도 “대표 입장에 변화가 없다지만 원내에서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면 당 대표도 마냥 밀어붙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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