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등 옥중 순국 독립 영웅 87명, 죄수복 벗고 한복을 입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일 13시 13분


AI 기술로 독립유공자 옥중 수의(囚衣) 사진, 한복 차림으로 변신
보훈부-빙그레, 광복절 맞아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진행

유관순 열사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 사진. 보훈부 제공


일제에 맞서다 투옥 중 목숨을 잃은 독립 영웅들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국가보훈부와 빙그레는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 강점기에 옥중 순국한 독립 유공자 87명의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변신시킨 것.

일제 탄압에 맞서 죄수복 차림으로 옥고를 치르며 순국한 유공자들이 새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처음 입는 광복’이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옥중 순국으로 기록된 독립 운동가 중 일제 감시 대상 인물카드 등에 수의(囚衣)를 입은 사진이 마지막으로 남은 87명이 대상이다. 유관순 열사(1902~1920)와 안중근(1879~1910)·강우규 의사(1855~1920), 안창호(1878~1938)·신채호 선생(1880~1936) 등이다.

신채호 선생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신채호 선생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특히 대한제국에서 주독·주불 공사관 참사관을 지내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벌인 조용하 지사(1882~1937)는 복원 전후 사진이 크게 달라 눈길을 끈다. “대한 사람으로 왜인 판사 앞에 서는 것이 하늘이 부끄럽다”며 스스로 얼굴에 먹물을 칠한 채 수의 사진을 남긴 조용하 지사는 한복 차림의 사진에서 원래 얼굴을 되찾았다.

또 대표적 항일 민족시인인 이원록 지사(필명 이육사·1904~1944)는 본인의 시 ‘청포도’에서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라는 구절처럼 쪽빛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복원됐다.

안창호 선생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안창호 선생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복원에 쓰인 한복은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초청패션쇼를 진행하고, 세계 25개 도시에서 50회 이상의 초청 한복 패션쇼와 전시를 진행한 김혜순 씨가 제작했다. 김 씨가 제작한 맞춤형 한복은 생존 애국지사 6명에게도 광복절을 앞두고 실물로도 전달된다고 보훈부는 전했다.

아울러 보훈부는 온라인 사진전과 다큐멘터리 영상, TV·지면·옥외 광고 등을 통해 복원된 독립운동가 사진을 국민에게 선보인다. 온라인 사진전(처음 입는 광복.com)에는 독립운동가 87명의 복원 전후 사진과 공적 등이 정리돼 있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소통 창구도 마련된다.

조용하 지사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조용하 지사의 원본 사진(왼쪽)과 한복 차림의 복원된 사진. 보훈부 제공


강정애 보훈부 장관은 “항일 독립운동을 위해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며 헌신하셨던 선열들께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한복을 입혀드리는 캠페인을 추진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그들의 숭고한 생애와 헌신을 국민과 미래세대가 영원히 기억 계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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