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최대 3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이 야당 주도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날 선 설전을 벌였다. 대통령실은 “헌법상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 법률을 통해 행정부에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거짓말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라”고 맞받았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2024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 원 상당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급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지급 시기는 법 공포 후 3개월 뒤로 규정했다. 지원금으로 지급한 지역사랑상품권을 4개월 내에 사용하도록 한 조항도 담겼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약 1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민주당의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으로 이재명 전 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선 직후인 4월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공식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절했다. 이후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단계에서 야당 주도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영수회담 등을 통해 꾸준히 ‘필요할 경우 지급 대상과 규모 등은 조율해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무시로 일관했다”며 “경제 위기와 민생의 어려움 등을 감안했을 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법안이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이른바 ‘처분적 법률’ 소지가 있는 데다 실제 경기 부양 효과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25만 원 민생지원금 문제는 13조 원이 소요되는데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어려운 계층을 타기팅해서 지원하는 건데, 이건 보편적 지원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3일 “국민 1인당 왜 25만 원만 주느냐. 한 10억 원씩, 100억 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며 비판한 바 있다.
민주당도 즉각 반박 브리핑을 열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이 예산권 침해라며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재정지출 의무를 부과하는 입법이지 법 자체가 예산안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을 볼모로 끝없는 정쟁과 거부권 남용을 추진한다면, 민생고에 신음하는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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