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는 8일 국군정보사령부 내 하극상 등 기강해이가 ‘블랙요원 기밀유출’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신원식 국방부 장관에게 집중 추궁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신 장관에게 “군 인사권은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사실상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국방부 장관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조 모 군사정보발전연구소 이사장에게 휴민트(대북 인적 정보) 조직을 장관 직속으로 갖고 싶은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하신 바가 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동창들이 군 인사를 장악하고 있고 주요 보직자들이 충남고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어서 우리 군 합참과 장관이 어려워하신다는 말도 들었다”며 “장관은 국방정보원을 직속으로 끌어 오고 싶은 욕구가 생겼는데 그것이 오늘의 국방정보망 궤멸로 이어지고 하극상을 촉발한 원인”이라고 했다.
앞서 정보사령부 소속 박 모 여단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영외 사무실을 민간 단체가 사용한 사실과 관련해 상관인 문 모 국군정보사령관에게 간섭하지 말라는 취지로 반발하다 하극상을 빚은 사실이 알려졌다. 곧이어 박 여단장이 지난달 국방부 조사본부에 문 사령관을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사실까지 잇달아 알려지며 군 기강해이 논란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2023년 11월 박 여단장이 이례적으로 진급했다. 박 여단장이 조 이사장의 힘을 받아 장관 곁으로 왔고 이 과정에서 휴민트의 핵심 본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을(사무실을)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며 “휴민트를 장관님 직속으로 분리하려 했고 이 과정에 박 여단장과 조 이사장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하극상이 일어났다는 제보가 많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정원과 함께 정보활동을 하며 휴민트를 운영하는데 답답함을 느낀 군 정보사령부 일부와 장관님 입장이 맞아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며 “장관님은 이 사건을 초래한 원인이자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민간 연구소에 관여한 사람이 신 장관과 동기인 조 모 장군(조 이사장)”이라며 “진급 청탁을 대가로 여단장이 안가를 무료로 쓰게 해 줬다는 의혹”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신원식 장관은 모든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 장관은 “표현이 송구스럽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은 거의 창작에 가깝다”며 “저도 이 사건이 수면에 떠오른 뒤 보고를 받았지만, 영외 사무실을 사용했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박 여단장 행위는 조사본부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신 장관은 또 “블랙요원의 기밀 누출과 정보사 고위 장성끼리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제보 내용도 상식선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군 정보요원 신상 정보 유출 사건의 후속 대처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신 장관은 ‘기존 공작관을 다른 국가에 대체 투입하기 어렵느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지금 정보 업무에 큰 공백은 없다. 대부분 다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혁신 후속 조치는 좀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블랙요원을 귀국 조치한 대처 등과 관련 요원 양성 기간을 묻는 말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요원 양성을 추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상당수의 교육을 받은 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임무 조정과 분장을 통해 운영의 묘를 살려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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