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LH, 부실시공 주차장 감독 태만…전관업체로부터 금품·향응 수수”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감사 발표
전관 업체, 요건 미충족에서 품질우수통지서 발급
전관 업체로부터 상품권·해외 골프여행 제공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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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천 검단 등 102개 지구 아파트 주차장에서 부실시공이 있었음에도 검수·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관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2023년 4월 29일 LH에서 건설 중이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1, 2층(무량판구조)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에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는 LH 전관 업체의 설계·감리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라며 LH의 전관 업체 봐주기 등 특혜에 대한 국회감사요구와 공익감사청구를 각각 제기했다.

감사원은 감사요구 취지에 맞게 ▲무량판구조 주차장 부실건설의 원인 ▲전관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등 관리의 적정성 ▲직무관련 전관 업체와의 유착 여부 등 3개 분야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LH가 인천 검단 등 102개 지구에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적용하면서 부실시공 사실을 확인하지 않는 등 구조설계 검수·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량판구조는 건축물 천장 구조의 한 형태로 슬래브(바닥 판), 수평 보(girder, 梁),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존의 라멘구조에서 수평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를 말한다.

또한 무량판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 등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방법 등을 제대로 충분히 전파하지 않아 도면 작성 시 설계오류와 시공오류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점도 밝혀냈다.

건축사무소가 구조설계용역을 미승인 업체에 다시 하도급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입금내역서 등을 변조해 LH에 제출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관 업체 관리·감독에서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와 관련해 시공건설사가 설계변경을 요청한 원인이 원설계의 오류 때문인 것을 알고도 LH가 전관 설계 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LH는 또한 화성비봉(A-4 3공구)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에게는 발급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다. 고성남외지구 등 3개 지구의 전관 시공·감리업체의 경우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데도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이를 미발급하는 등 관련 업무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다.

전관 등 직무관련자와의 유착·특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LH 현장감독자가 직무관련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80만 원) 수수 ▲출처불명의 현금(4500만원)에 대한 재산등록(신고) 누락 ▲직무관련 업체 대표 등과 총 4회에 걸쳐 해외 골프여행을 하고도 소속 부서장에게 해당 사실을 미신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LH 현장감독자 3명은 각각 2021～2023년 직무 관련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 차례 골프를 치면서 회원제 및 군(軍) 골프장 예약편의와 할인혜택, 식사 등의 향응을 제공받았다.

감사원은 “무량판 구조설계 검수 업무와 시공 감독업무를 태만하게 한 LH 관련자 13명과 전관 업체에 벌점을 미부과하거나 품질미흡통지서 관리·감독을 부당하게 처리한 LH 관련자 11명 등 총 24명에 대해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LH 승인 없이 무량판 구조설계를 부당하게 하도급한 17개 건축사무소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부연했다.

감사원 이어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향응을 수수했거나 전관 업체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 9명을 엄중하게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요구했다”며 “동시에 위 관련자 9명 중 4명에 대해 관할 법원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통보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