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여사 사건 종결처리 반대 입장
주변에 업무 과중 스트레스 호소”
野 “권익위 조사 개입땐 탄핵 사유”
與 “안타까운 죽음, 정쟁에 이용”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등의 조사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 소속 국장 직무대리인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김 씨는 디올백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씨를 “윤석열 정권의 외압 피해자”라고 규정하고 권익위의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국회 청문회 및 현안 질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9일 “(김 씨 외에) 박정훈 대령과 백해룡 경정 등 윤석열 정권의 권력 농단 앞에서 피해자가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고인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과정에서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며 “고인에게 사건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인 수뇌부 인사는 누구이며,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 무리한 요구를 했나. 민주당이 그 답을 찾겠다”고 했다.
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김 여사와 이 정권의 탐욕이 양심적인 공무원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권익위 조사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는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패방지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김 씨는 3급 부이사관으로, 올해 3월 부패방지 국장 직무대리를 맡아 4개월간 김 여사 사건 외에도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용 사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이해충돌 건 등의 조사를 지휘했다. 김 씨는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패방지국장은 청탁금지법 등 부패방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권익위의 핵심 보직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씨 빈소를 조문하는 문제를 두고도 권익위와 충돌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권익위가 ‘유족 요청에 따라 친분이 없는 분들의 조문을 사양한다’고 했는데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은 그런 뜻을 전한 바 없다고 오히려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준현 의원도 통화에서 “유족들은 진상 규명과 망자의 명예 회복, 권익위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며 “장례 절차가 끝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있는 그대로를 밝히고, 정무위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권 외압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안타까운 사건을 또다시 정쟁 소재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여야가 상대를 악마화하고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중간에 낀 공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은 “공직자가 법과 원칙, 양심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죽음으로 항변할 수밖에 없었다면, 정의를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디올백 사건을 종결 처리한 권익위의 모든 결정 과정부터 조사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지검과 세종남부경찰서는 김 씨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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