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 법무부 차관(53·사법연수원 26기)을 지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 제청을 받고, 심 차관을 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검찰 구성원의 신망이 두텁고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검찰 내 핵심 보직을 거쳤다. 올 1월부터 법무부 차관을 맡고 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그는 특수통인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 한 기수 선배다. 때문에 대대적인 ‘사정(司正) 드라이브’ 보다는 검찰 조직 안정화를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 후보자는 이날 “엄중한 시기에 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말씀 드리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심우정 법무부 차관의 검찰총장 지명 소식을 밝히면서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조직, 인사에 능한 ‘기획통’을 낙점한 배경에는 최근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검찰 조직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야권의 검사 탄핵,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조사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 등을 심 후보자가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과 인연
충남 공주 출신인 심 후보자는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6기로 검사에 임관했다. 검찰 재직시 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기획 부서에서 몸담았다.
검찰 재직 시 ‘특수통’이었던 윤 대통령과 기획통인 심 후보자는 근무연은 많지 않지만 각종 인연으로 얽혀 있다. 심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2015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년 6개월가량 재직했는데 2015년 2월부터 1년 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2017년 5월부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윤 대통령을 각각 보좌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한 심 후보자는 이듬해인 2020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참모로 일했다. 그해 11월 추 전 장관이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자 심 후보자는 반대 의견을 피력해 결재 라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심 후보자는 검찰의 대표적인 ‘기획통’ 출신인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도 인연이 깊다. 심 후보자가 평검사 시절 대검 정책기획과와 법무부 검찰과에 재직할 당시 과장이 김 수석이었고, 중간간부 때인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으로 일할 때는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 김 수석이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대통령실과 대검 사이 소통이 원활해 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심 후보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후보자의 아버지는 17, 18대 국회의원과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다. 정진석 실장과 심 전 지사가 과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때부터 정치 활동을 함께 이어온 인연이 있다. 심 후보자의 동생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용산 관저로 이주하기 전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심 후보자도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檢 인사, 특수통에서 기획통으로
심 후보자는 현직인 이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높다. 심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김오수 전 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수 역진 인사가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전임이었던 김오수 전 총장보다 7기수가 낮은 파격 인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기수 안정화’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중반에 들어들면서 특수통보다는 기획통이 중용받는 검찰 인사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특수통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 총장,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이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을 꿰찼다. 반면 올 5월부턴 김 수석의 임명과 이창수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부임 등 기획통으로 여겨지는 검찰 전현직 간부들이 두루 등용됐다.
이날 심 후보자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이원석 총장의 발언에 대해, 심 후보자는 “어떤 수사에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검찰 구성원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본인들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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