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임명 갈등 ‘평행선’
대통령실 “사퇴시킬 명분 없어”… 수차례 李 찾아가 경축식 참석 설득
李 “통합하자는 경축사도 미리 써놔… 인사 불만 아닌 심사 불공정이 문제”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와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대통령실은 “사퇴시킬 명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뉴라이트 인사인 김 관장이 자리를 고수하는 한 경축식 불참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 회장을 찾아가는 등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위한 막판 설득에 나섰다.
●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가 있겠냐” 토로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2년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헌장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고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광복회에서 건국절 논란이 불거지자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멘토였는데도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실장은 최근 이 회장에게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없고, 추진할 일도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광삼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도 이 회장을 몇 차례 찾아 경축식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 李 “사퇴해야 해결” vs 용산 “사퇴 불가”
이 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관장이 사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하면 경축식에서 발표할)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통합하자는 취지의 경축사도 미리 써뒀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대통령실로부터 건국절을 추진한 적도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문자메시지와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 정도로 격앙된 회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올랐던 독립유공자 후손이 탈락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독립기념관장은 대부분 독립유공자 후손이 임명된 관행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학자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며 “독립기념관장 후보 심사 과정 전반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심사 및 면접에서 김 관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강 장관도 이 회장을 만나 “광복회가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독립열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김 관장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독립기념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이 회장이 유령과 싸우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 운운은 침소봉대도 아닌 날조, 백번 양보해도 궁예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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