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여야가 또다시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송통신위원회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첫 출근 10시간 만에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KBS의 이사를 검증 없이 졸속으로 갈아치웠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미 방통위 홈페이지에 후보자 명단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에 누가 지원했는지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이정헌 의원은 이날 오전 “(전임자인) 김홍일-이상인 방통위가 검증 절차에 구멍을 냈고, 이진숙-김태규 방통위가 그 구멍으로 자격 미달자들을 통과시켰다”며 “아무런 검증도, 면접도, 토론도, 심의도 없었다. 1~2시간 만에 (KBS·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83명의 후보자 명단이 추려졌고 13명의 이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은 취임한 당일인 7월 31일 KBS 이사 7명과 방문진 이사 6명을 속전속결로 임명했다. 민주당은 이사 선임에 걸린 회의시간이 불과 약 1시간 35분이라며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제대로 된 검증과 심사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직무대행에게 이 위원장과 단시간에 제대로 심의를 한 뒤 의결했는지를 두고 질의를 이어갔다. 정동영 의원은 “졸속으로 2시간 만에 83명을 다 검증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한민수 의원은 “이사 선임에 대해 이 위원장과 (사적으로) 얘기한 것을 토대로 1시간 35분 만에 83명을 다 검증한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졸속이라는 단어에 동의하지 않고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면서도 “심의 내용은 비공개 내용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6월 28일에 의결하고 나서 KBS 52명, 방문진 31명 등 이사진 지원 후보자 명단이 방통위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면서 “관심 있으면 어떤 사람이 지원했는지 다 알고 있던 것“이라고 두둔했다. 이어 “의결이 잘 됐다는 2021년에도 의결하는 데 (각각) 8분, 33분이 걸렸다”고 했다. 2021년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 시절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에 걸린 시간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되지마자 탄핵됐는데 무슨 절차를 가지고 할 수 있겠나”고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임명된 지 이틀 만에 야당 주도로 탄핵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의 고성과 막말이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KBS 이사에 누가 선임됐나”라고 질문했고, 김 직무대행이 “제 기억력 테스트를 하겠다는 건데 어떤 인과관계와 관련성이 있나”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노 의원은 이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직무대행은 “잘 듣고 있으니 언성 안 높여도 된다”고 맞받았고, 노 의원은 “톤 조절은 내가 한다. 건방 떨지 마시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위원회 품격을 위해서라도 이런 (건방 등) 언어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유를 따져 묻는 야당의 질의에 정부 인사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노 의원이 ‘김동률 서강대 교수를 방문진 신임 이사로 왜 선임했나’라고 묻는 말에 “인사권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며 “의회는 정부 인사에 감시·감독만 하는 것이지 (이 같은 질문은) 더 나아가서 간섭, 심지어 직접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되어서 답변 못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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