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서 北에 첫 제안
“北주민 자유통일 열망하게 만들것”
野 “대북 선전포고, 흡수통일 주장”
日 식민지배 등 과거사 언급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남북 간 실무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일제 식민 지배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남북 당국 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다”며 “긴장 완화를 포함해 경제 협력, 인적 왕래, 문화 교류, 재난과 기후변화 대응에 이르기까지 어떤 문제라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대화는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평화 보장과 생활 개선 등을 논의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어야 한다”면서 “남북 대화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며 북한 당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분명히 한 새로운 ‘통일 비전·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자유가 박탈된 동토의 왕국,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녘땅으로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확장돼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열망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하는 방식을 통해 북한 주민 변화, 탈북 등을 유도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또 “이른바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라며 “이를 악용하는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자유의 가치 체계를 지켜내려면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을 언급한 데 이어 야권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대화협의체를 제안하면서 북한을 힐난했다”며 “통일이 아니라 북한 해방 선언이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 싸우자는 선전포고로 들렸다. 흡수통일을 주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北에 대화 첫 제안한 尹 “北주민 외부정보 더 많이 접하게 할것”
[쪼개진 광복절] 광복절 경축사서 ‘통일 전략’ 발표 “北 미래세대에 자유통일 꿈 심어야”… 김정은 정권 비판 정보 유입시켜 北주민 변화 유도 통일전략 공식화… 美정부 지원 받는 대북방송 등 검토 일각 “北 반발 전망… 호응 미지수”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열망하도록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다양한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을 확대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 통일이 삶을 개선할 유일한 길임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깨닫고, 통일 대한민국이 자신들을 포용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 이들이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북한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외부 정보를 유입해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남북 당국 간 실무 대화협의체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취임 2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북한과의 협력보다 내부 변화라는 압박에 방점을 찍은 통일 비전·전략에 북한이 “흡수통일 기도”라며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北 주민 변화 유도해 자유 통일”
윤 대통령은 이날 국내, 대북, 국제 차원에서 세 가지 통일 대한민국의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경축사 직후 브리핑에서 “8·15 통일 독트린”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확고히 세우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도록 연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통일을 위해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 열망을 자극하고 국제사회 지지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미래 세대에게 자유 통일의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언급한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확대는 북한이 예민해하는 대표적인 이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고 탈북을 결심해 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흔들겠다는 방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나 전단도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굳이 남북 간 긴장을 격화시키면서 아날로그적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다양한 경로로 다채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인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단체들이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대북 방송을 하는 모델과 북한에 라디오 등 방송을 송출하는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정과제에 담겨 정부 출범 초기 추진됐던 남북방송 상호 개방 등의 재추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통일전략과 추진방안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발표해 올해 30주년을 맞은 정부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어떤 체제로 통일할지 명시하지 않은 채 화해·협력 등 단계론적 통일을 추구한 것과 다르다. 대통령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명시해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민족, 통일 지우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남북 협력을 통한 통일이 불가능해졌다는 현 정부의 인식이 담겼다.
● “흡수통일” 北 반발 가능성
다만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문제를 건드리며 대화를 제안하는 이중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 3대 악습 제정을 통해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 정보접근권 확대’를 흡수통일 노골화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실무대화협의체와 관련해 차관급이 대표가 되는 형태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상 차원 대화로 높여가는 ‘보텀-업’ 방식의 대화를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1차장이 되든, 통일부 차관이 되든 협의의 주체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을 해야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