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인 사업자에게 100억여 원에 팔린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김대중(DJ) 전 대통령 사저가 ‘김대중·이희호 기념관’(가칭)으로 이르면 10월 대중에게 개방된다. DJ의 3남 김홍걸 전 의원이 동교동 사저를 매각하면서 논란이 불거지자 서둘러 활용 계획을 밝힌 것이다.
김 전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동교동 사저는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공간”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삶과 업적을 기념하는 기념관으로 활용하기로 사저 매입자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낡은 사저를 보수·보완하되 원형을 보존하고, 올해 10월~11월쯤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돌아가신 어머니 이희호 여사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기념관을 만들기를 바라셨다”고 밝혔다. 이어 “수 차례 시도했으나 추진이 쉽지 않았던 공공 기념관 설립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동교동 사저를 새 단장해 김대중 대통령 탄신 100주년인 올해가 가기 전에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고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교동 사저는 2019년 6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전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 이후 아들 형제 간의 갈등 대상이 됐다. 이 전 이사장은 동교동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만약 지자체나 후원자가 사저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면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세 아들(김홍일·홍업·홍걸)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세 아들은 이복형제 사이다. 고(故) 김홍일 전 국회의원과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차용애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고, 김홍걸 전 의원은 이 전 이사장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전 이사장 별세 이후 김 전 의원은 유언장에 형식상 하자가 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사저 소유권을 주장했다. 이에 차남인 김 이사장이 2020년 1월 사저 처분금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다. 같은 해 6월 양측이 합의하며 김 전 의원의 소유로 분쟁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17억 원이 넘는 상속세 체납 등을 이유로 지난달 2일 동교동 사저를 매각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8일 CBS라디오에서 “저는 국회의원을 그만뒀기 때문에 아무 수입도 없다. 상속세 외에도 부채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매입자가 사저를 민간 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공공 기념관이라는 최선의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차선의 결과는 만든 것이기에 최악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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