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시작일인 19일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허위 정보와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지대 도발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이 ‘반국가 단체’와 ‘선동’ 등을 거론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친일 DNA를 드러냈다가 국민 분노에 직면하자 북풍몰이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반국가 세력)을 동원해 폭력과 여론몰이,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민 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쟁의 양상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정규전, 비정규전, 사이버전은 물론 가짜 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군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국가 총력전 태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尹, ‘反국가세력’ 11개월만에 또 꺼내… 野 “이념전쟁 하자는거냐”
“反국가세력 곳곳 암약” 尹, 北 회색지대 도발 대응 강화 주문
북한의 전면 남침을 가정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UFS는 이날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한미는 UFS에서 허위 정보 유포 등 심리전 및 인지전에 대비한 연습을 대폭 강화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이 개전 초기 한미 연합군의 사기를 꺾고, 남남갈등 등 국민적 혼란을 가중시킬 목적으로 ‘한미 연합군이 이미 대규모로 전사했고, 전쟁이 북한의 승리로 조기에 끝날 것’이란 식의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한미 연합군이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등 대응 계획을 숙달하는 훈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은 발끈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광복절을 기해 식민사관에 물든 친일 정권임이 드러나자 이제는 북풍몰이 카드를 꺼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 세력들’은 해방 후 친일파가, 독재 정권의 하수인들이 즐겨 쓰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정 운영에는 자신이 없으니 ‘이념전쟁’이라도 질펀하게 한판 벌이고 싶은 건가”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의 한 비서관은 “개전 초기 여론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한 비서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전 초기 선동 세력들이 온갖 혼란을 다 불러일으킬 텐데 사전 방어를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풀어 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와 야권을 사실상 ‘반국가 세력’이라 지칭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같은 해 8월 광복절 경축사와 9월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도 ‘반국가 세력’을 언급한 적이 있다.
여권 안팎에선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허위 선동’, ‘날조’, ‘반통일 세력’ 등을 언급하고 이날도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데에는 ‘반쪽 광복절’의 원인이 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광복회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광복회와 야권이 근거 없이 친일몰이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하이브리드전
포격 등 무력 사용, 도심 생화학 테러, GPS 교란 공격, 해킹, 허위 정보 유포(심리전) 등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해 펼치는 전쟁 양상
회색지대 도발 전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처럼 상대국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저강도 비군사적 도발. 상대가 군사적 대응을 하기에 애매하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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